한국일보

알 카에다의 부활

2002-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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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주간 알 카에다는 다시 태어났다. 이는 서방과의 전쟁이 제2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알 카에다가 10월 초부터 내보낸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 등 3개의 비디오 테입이 그 증거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 테입이 진짜라고 믿고 있다. 빈 라덴과 자와히리는 이 테입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 전체를 상대로 한 확전을 선포하고 있다. 알 카에다는 미국만이 아니라 ‘십자군’ 전체를 상대로 싸우기로 한 것이다.
알 카에다의 이런 태도 변화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본부가 사라진데 따른 것이다. 본부가 없어지자 알 카에다는 더 넓은 지역으로 분산된 비 중앙 집권적 조직으로 변신했다. 이번 주 초 알 자지라 TV는 빈라덴의 것이 틀림없는 테입을 방송했다. 이는 빈라덴이 살아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일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을 거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위협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과거 빈라덴의 성명은 알 카에다 행동을 예고해왔다. 대규모 공격 전 그는 이를 미리 발표하곤 했다. 1988년 5월 빈라덴은 미국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석 달 후 알 카에다는 아프리카에 있는 미 대사관 두 군데를 동시에 폭파했다. 2000년 10월 예멘 코울호 폭파 사건 몇 달 전 빈라덴은 예멘 단도를 두르고 나와 미국을 위협하는 비디오를 내보냈다.
테러의 새 타겟은 경제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에서 경제와 행정을 공부한 빈라덴은 맨해튼 테러의 경제적 효과에 쾌재를 불렀었다. 2001년 말 알 자지라가 방영한 테입에서 그는 주가 폭락과 뉴욕 시에 입힌 실제 피해, 이로 인한 부수 효과까지 감안하면 미국 경제 총 손실액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자랑한 적이 있다.
알 카에다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조직이다. 빈라덴이 미국이 탈레반과 전쟁을 시작한 지 1주년에 맞춰 "너희들 가슴에 공포를 안겨주고 경제적 생명선을 테러 목표로 삼겠다"고 말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와히리가 7월 녹음한 것으로 보이는 테입도 "미국 경제의 파괴"를 천명했다. 10월 6일에는 예멘 인근에서 유조선이 공격당했고 며칠 뒤에는 발리의 디스코텍이 폭파됐다. 석유와 관광은 세계 경제의 주요소다.
경제를 타겟으로 함으로써 알 카에다는 미국 외 지역으로 공격 범위를 넓히고 있다. 4월에는 튀니지아 모스크에서 독일 관광객들이 살해됐고 5월에는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11명의 프랑스 군수산업 관계자들이 피살됐다. 테입에서 빈라덴은 이를 "독실한 회교도의 소행"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테러와의 전쟁이 새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뉴욕과 워싱턴 공격 후 알 카에다는 씨를 말리는 군사적 공격을 받았다. 이제 알 카에다는 실체가 있는 테러 집단에서 비디오와 오디오 테입을 내보내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가상 조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피터 버겐/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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