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 이라크 무기 사찰안을 지지한데 이어 아랍 연맹도 일요일 이라크에 이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화요일에는 걸프 연안 6개국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어제 이라크는 새 결의안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아랍 각국의 태도는 아랍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담에게는 불쾌했을 것이다. 대서양에서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아랍국가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역사상 여러 나라가 그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은 이라크가 나설 때라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이라크 주변국가뿐 아니라 이라크에게도 문제다. 1969년부터 사담은 이라크의 아랍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이라크 국민들이 스스로를 아랍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000년간 역사상 이라크가 아랍에 속한 기간은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간은 수메르와 바빌론, 엘람과 페르시아, 비잔틴, 몽골, 오토만 제국에 속해 있었다. 이라크 문화는 이런 다채로운 역사를 반영한다. 이라크라는 말조차 ‘낮은 지대’라는 뜻의, 바그다드는 ‘신의 선물’이란 페르시아 말이다. 이라크의 큰 강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는 그리스 말이다.
이라크에는 아랍어보다 역사가 2배가 긴 엘람어를 비롯 11개 언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인구의 25%는 쿠르드족이다. 그밖에 아시리아, 찰데아, 아르메니아, 네스토리아 등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다. 인구의 68%가 아랍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도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 있다.
사담은 이런 분열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1972년 그는 100만명의 페르시아계 이라크 인들을 추방했다. 그들 대부분은 이라크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다. 사담은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이집트에서 100만명의 아랍인들을 데려 왔는데 이들이 게으르고 자신의 정복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중단했다. 1980년에는 쿠르드족을 아랍화 하기로 결심, 향후 10년간 4,000개의 쿠르드족 마을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이들을 남쪽으로 이주시켰다.
강제로라도 이라크는 아랍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인종청소도 주저 않는다. 그는 이라크가 아랍 부의 원천인 석유를 통제해야 하며 그를 위해 페르시아만 일대를 직접 지배하던가 아니면 간접적으로 조종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는 1968년이래 4번 전쟁을 일으켰으며 대량 살상무기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사담은 지난 30년간 이라크 국민들과 이웃들을 도탄에 빠뜨렸다. 머지 않아 그는 다시 한번 마지막 비극을 이들에게 안겨줄지 모른다.
아미르 타헤리/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