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끔찍한 탈북자 실상

2002-11-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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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 미국인들이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끔찍한 살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여자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성의 남편인 40세 난 남자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4명의 청년에 의해 타살 당한 것이다. 이 사람은 20분만에 절명했다. 북한 관리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는 동안 중국 공관원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사람은 ‘국경을 건넌 죄’로 살해당했다.
그의 이름은 손인국이다. 현장을 본 증인과 이 남자의 사진, 그가 한국민에 쓴 편지, 그의 시신을 실은 중국 차 사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와 형제, 아버지, 딸이 기아와 질병으로 숨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살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17세 때 징집돼 군인과 당원으로 헌신적으로 복무했으며 6년간 군사학교에서 공부한 후 비밀 장소에서 레이다 교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97년 공문서를 잘못 다뤘다는 이유로 예편 당했으며 가구 공장에서 일하게 되자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북한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군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탈북 요주의 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타살 당한 이유는 국경을 너무 많이 건넜기 때문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건 당일 대부분 여성으로 이뤄진 56명의 탈북자들이 투멘 감옥에서 중국 국경 수비대에 의해 북한 보위대에 넘겨졌다. 중국 관리들은 여자부터 한 명씩 중죄를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손이 묶인 채 버스에 실려졌다. 남자들 차례가 왔다. 손씨가 첫 번째였다. 북한 보위대원이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너 또 걸렸어"라고 고함을 쳤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이 달려들어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리들은 팔짱을 낀 채 이를 지켜봤다.
그의 죽음은 중국-북한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타와 고문, 살인의 한 예에 불과하다. 20만명의 탈북자들이 식량을 찾아 중국에 건너와 살고 있다. 중국이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의 국경 접근을 막고 있어 탈북자 실상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서명한 조약을 어기고 탈북자들을 돌려보낼 뿐 아니라 이들을 돕는 인도주의자들을 가두고 고문하며 추방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이 난민임을 부인하고 경제적 이주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송환되면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으며 손씨처럼 죽는 경우까지 있다. 북한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김정일은 매일 42명의 북한인을 강제 수용소에서 살해하고 있으며 391명을 굶겨 죽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계속 김정일의 살인정권을 돕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중국은 유엔 난민판무관의 국경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자신이 체결한 조약을 지키라고 경제적 압력을 넣지 않는다면 세계의 자유인들은 중국 상품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2008년 올림픽을 다른 곳에서 하도록 국제 올림픽위원회에 호소해야 한다. 국경 넘은 사람들을 살해하도록 방치하는 나라는 세계 각국과 친선을 나눌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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