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백악관은 클린턴 행정부 대북 정책 비판자들이 8년 전부터 예측해온 사실을 시인했다. 평양은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94년 협정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제조해왔다는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이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부시는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정말 그런가.
두 정권은 모두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중독된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살인마 독재자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비슷한 점도 있지만 이라크만은 특수한 케이스”라는 주장은 잘못이다. 이는 이들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부른 부시 대통령의 통찰과 신뢰도를 깎아 내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시 행정부 비판자들로 하여금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왜 이라크는 안 되는가” 하는 반문을 제기하게 할 수 있다.
진실은 간단하다. 두 정권 모두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악하며 근본적 해결책은 정권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이를 이룩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한국을 상당 부분 파괴할 수 있는 군사력도 있다. 이라크는 아직 이런 무기가 없으며 그 병력도 걸프전 때에 비하면 미미하다.
사담 후세인을 군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민간인이나 미군 희생자를 그다지 많이 내지 않고도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지난 15년 간 엉망이었다. 1985년 평양은 핵확산 금지 조약에 서명했다. 북한은 1987년부터 사찰을 받느니 마느니 하면서 잔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에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는 충분한 정보가 있었다. 워싱턴의 반응은 그 의미를 축소하고 남북한간의 비핵화 합의를 유도하며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1993년 북한은 핵확산 금지 조약을 무시하고 핵사찰을 거부했다. 클린턴은 허풍만 떨었지 끝내 사찰단을 입국시키는데는 실패했다. 북한과의 대결을 두려워한 클린턴은 북한에 핵발전소와 원유, 경제 정치적 관계 개선 등 뇌물을 줌으로써 핵 개발을 막아보려 했다. 평양이 이를 반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1998년에는 미국과 일본에 핵무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클린턴은 허겁지겁 미사일 개발 중단 대가로 공물을 바치겠다고 약속했고 2000년에는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원조를 받는 나라가 됐다. 2000년 대선만 아니었더라면 클린턴은 북한에 달려가 더 많은 원조를 약속했을 것이다.
부시 팀은 처음부터 클린턴 행정부가 맺은 조약에 회의적이었지만 이를 즉각 폐기하지는 않았다. 부시는 대신 북한이 투명성과 군 감축 등 여러 안보 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여줄 것을 관계 개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 협정을 위반한 사실이 들통난 이상 부시 행정부는 효과적이고 새로운 정책을 시도할 기회를 맞았다.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동안 한국과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미국도 이라크와 테러와의 전쟁으로 바쁜 와중에 또 다른 위기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화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반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북한 원조 물자는 무너져 가는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켜줬을 뿐이다. 평양은 워싱턴과 옛날 게임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핵 개발을 시인하면 워싱턴은 대화와 원조를 약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종전과는 다른 정책을 펴야 한다. 이는 북한 정권을 바꾸지 않고는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부시의 직관과도 부합한다.
우선 미국과 우방은 석유 등 원조로 북한 돕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둘째로 라디오 프리 아시아의 대북 방송을 현재 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에 압력을 넣어 탈북자들을 막는 것을 중단시켜야 한다. 이는 인도적으로 옳은 일일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평양을 적극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한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지난 10년 간 클린턴 행정부와 뉴욕타임스 등은 최상의 대북한 정책은 대화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 수단으로 더더욱 핵을 개발해야겠다는 의욕만 부추겼을 뿐이다. 현 북한 사태는 어째서 더 이상 후세인을 그냥 놔둘 수 없는가를 보여준다. 깡패 국가들과 상대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우리가 먼저 정권을 바꾸던가 아니면 변덕스런 독재자 손에 우리 운명을 맡기던가 하는 것이다.
빌 크리스털/ 위클리 스탠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