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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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과 알 카에다, 한 편 아니다

2002-10-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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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알 카에다와 사담 후세인과의 관계를 혼란시키고 있다. 부시는 지난 주 “알 카에다와 사담 후세인은 둘 다 똑같이 악하며 위험하다”면서 “테러와 관한한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후세인이 페르샤만 일대를 지배하기 위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를 구입하려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그를 제거할 훌륭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의 계속이 아니라 그를 방해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는 우방이 아니라 적이다. 알 카에다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세속적인 회교 지도자들이 회교도를 탄압하고 이슬람을 위기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반세기 동안 회교 혁명가들의 최대 목표는 이집트의 나세르와 사다트, 무바라크, 시리아의 아사드, 알제리의 군정, 사우디의 왕가 등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회교 광신도에게 후세인은 회교 율법을 시행하지 않고 수니파와 시아파를 탄압하는 위험한 세속주의자의 한 명이다. 세속적 지도자들에 대한 반대는 지난 수 십 년 간 회교 운동의 근본 신념이 돼 왔다. 변한 것은 이런 정부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보안군에 의해 국내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자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극렬 분자들은 세속 정권에 힘을 대주고 있는 ‘멀리 있는 적’ 미국을 공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미국이 지지를 철회한다면 ‘가까이 있는 적’ 회교 정권은 무너질 것이란 계산이었다. 다른 세속적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담도 알 카에다가 정권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들과 연대해 공동의 적 미국과 싸우는 것을 피해왔다. 90년대 미국 정보부는 이를 알고 있었다. 1998년 국가 안보회의는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라크와 알 카에다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라크가 북부 친미적 쿠르드족을 괴롭히기 위해 극렬 회교 집단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후세인의 근본 정책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없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대량 살상 무기와 관련 협력하고 있다는 라이스와 럼스펠드의 주장은 새로운 뉴스다.

이라크가 과거 테러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세인은 자신을 적으로 돌릴만한 집단에 대량살상 무기를 준 적은 없다. 이 두 집단의 과거 행적은 이라크를 즉시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한다.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이 둘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할 가능성이 높다.
대니얼 벤자민/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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