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시가전 할 준비 돼 있나

2002-09-28 (토)
크게 작게
왜 이라크 전이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20달러를 내고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남쪽 바스라까지 이라크 항공기를 타고 날아보면 된다.
이곳은 미국이 지정한 비행금지 구역이다. 이 지역을 나는 비행기는 격추될 수 있지만 이라크 승객들은 침착하기 그지없다. 미국은 결코 민간항공기를 격추시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미국 정찰기가 ‘비행금지 구역이다. 선회하라’고 경고하지만 우리는 ‘이라크 영공이다. 우리는 간다’고 답한다”고 이라크 조종사는 말한다. 미국의 이런 조심성이 이라크의 최대 무기다. 이라크는 미국이 학교나 사원, 주택가를 폭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군대를 숨길 장소가 많은 것이다.
걸프전 때 우리는 사막에 나와 있는 적을 섬멸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번에 그 때와는 다른 작전을 쓸 것이다. 이라크가 미군의 공격로가 될 바스라에서 쿠웨이트 국경까지의 ‘죽음의 하이웨이’를 어떻게 지키고 있나 보기 위해 이 길을 달려 봤다. 유일한 군 병력은 미국 고등학교를 지키기에 적당한 수준인 바스라 입구에 있는 경비대원이었다.
이라크가 공격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뜻인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경을 지키는 대신 이라크는 군대를 도시에 주둔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않고는 이들을 폭격할 수 없을 것이다. 사담은 오사마 빈 라덴의 동굴보다 더 좋은 은신처를 갖고 있다. 500만의 주민이 살고 있는 바그다드가 그 곳이다. 그는 한 장소에서 이틀 이상 자는 법이 없다.
“미국은 폭격은 잘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모든 이라크인은 장총으로 무장돼 있으며 싸울 줄 안다. 미군이 시가전에서 어떻게 싸우는지 보고 싶다”고 한 이라크 관리는 말했다.
그렇게 되면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폭격을 해 다리나 군 기지를 파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단히 운이 좋지 않으면 사담을 죽이거나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공화국 수비대를 섬멸하기는 힘들다. 사담을 지상에서 사냥하기는 빈 라덴 잡기보다 힘들며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할 것이다.
소말리아에서 훈련도 받지 않은 깡패들과 시가전을 벌일 때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생화학 무기로 무장된 40만의 군대와 700만의 민병대와 상대해야 한다. 나자프 시에 사는 22세난 카라 하산은 시가전 훈련을 방금 마쳤다며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싸울 것”이라고 호언했다.
카발라의 농부 하킨 알 칼도 “누가 우리를 위협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안다”고 말했다. 대다수 이라크인은 후세인을 좋아하지 않으며 전쟁이 나면 숨기에 바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중 극소수가 저항하더라도 미군 희생자는 많이 날 수 있다.
전쟁이 손쉽게 끝날 수도 있다. 이라크군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도 안되며 미군은 훨씬 강해졌다. 그러나 공격을 할 때는 시가전을 비롯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정말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감수하고 수년 동안 이라크를 점령할 각오가 돼 있는가.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