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급한 김정일

2002-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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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경제 얘기만 나오면 인상이 찌그러진다. 그러나 외교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 갑자기 활기 찬 모습으로 돌변한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나라에 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거기 가서 보고들은 것은 빠짐없이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관심을 보였으며 방북에 부정적이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가 죽을 쑬수록 정치인들은 전쟁과 평화 등 전략적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 한다. 그 결과 좋은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리처드 닉슨은 경제가 엉망이 되자 평화협상을 위해 중동을 순방했으며 지미 카터 역시 인플레로 고전하자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또한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보다는 이라크 문제를 들고 나와 표를 얻으려 하고 있다. 부시 또한 엔론 대신 이라크를 기자회견 메뉴로 올리고 있다.


일본은 11년째 디플레와 싸우고 있으나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1년 4월 높은 지지율 속에 총리가 된 고이즈미는 금융 개혁을 비롯한 각종 공약을 내걸었으나 내부적 반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고이즈미의 방북은 미온적이던 그의 경제정책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북한에 가게 된 이유를 9·11 테러 이후 국제 정세가 변했고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는 방북의 대가로 일본인 납치 사실 시인을 요구했다. 김정일이 25년 전 11명의 일본인을 납치한 것을 인정한 것은 그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써 외교 관계 수립과 경제 원조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짐 호글랜드/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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