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보 때문에 이민개혁 미뤄서야

2002-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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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전 비센티 팍스 멕시코 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은 이민개혁에 합의하고 당장 실현할 듯했다. 그런데 지금 당시의 계획은 완전히 죽은 상태다.
그러나 이민정책은 마냥 미뤄두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 태생에 대한 취업 비자를 늘리고 불법체류중인 단기 노동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안등 1년전 고려의 대상이 되었던 포괄적 이민개혁안에 대해 미국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민문호를 여는 개혁이 오늘의 시점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새 이민자들에 대해 전에 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적 이민정책이 국가 안보에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의회와 행정부는 국경수비를 강화하고 외국태생 거주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10여개 규정을 시행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5월 의회의 승인을 받은 국경안전법안이다. 새 법은 테러리스트와 일반 이민자들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부 기구들 사이에서 정보 교환과 정보수집을 보다 활성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데이터 베이스를 총 동원한 사전 검사로 범죄 전과나 테러조직과 연계가 있는 자를 미입국 전에 미리 가려내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법제화한 다른 법규들을 보면 문서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이민인구의 규모를 감안할 때 시행이 거의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유학생 비자로 온 사람들이 정말로 공부를 하는 지를 일일이 추적한다고 할때 이론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임시 체류비자를 가지고 입국한 사람들이 모두 제 때 출국하는 지를 체크하고, 비시민권자들이 이사할 때마다 주소를 연방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들은 말로는 합당해 보인다. 각 지역 경찰이 이민법 준수여부도 함께 감시하도록 한다는 것도 언뜻 듣기에는 잘못된게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민국이 그런 법규들을 다 챙길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새 규정이 법을 지키며 열심히 사는 이민자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안겨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8백만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들을 일일이 조사하려 들다 보면 법집행 조직이 다 마비되고 인력이 다 빠져나가서 정작 테러리스트 추적하는 데는 눈도 못돌리게 되고 말 것이다.
불법체류자를 포함, 대부분 이민자들은 국가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불법으로 이 땅에 거주하는 인구를 줄이는 것이다. 그들 노동력이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마당에 그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어떤 식으로든 합법화의 길을 열어서 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게 되면 운전면허, 소셜시큐리티 카드등 위조시장이 위축돼 테러리스트들이 위조 서류 얻기가 까다로워 질 것이고, 외국 태생 노동자들이 경찰에 협력, 미국의 적에 대한 싸움에 기여할 수도 있게 된다.
부시행정부는 지난해의 이민 개혁안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이민국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집행 가능한 현실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타마르 자코비
<맨해턴 연구소 선임연구원/뉴욕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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