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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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미국 정신

2002-09-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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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험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뉴욕 주지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9·11 사건 1주년 기념식에서 낭독된다고 한다.

이 시적인 정치 연설문을 읽는 것을 반드시 회고조로만 볼 필요는 없다. 미 최대 참사의 하나인 테러 1주년 기념식에서 이를 되풀이해 낭독하는 것은 잿더미 속에서 미국의 정신이 다시 일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본다.
266단어로 된 이 연설문 속에 ‘헌정한다’는 단어가 5번 나온다. 처음 두 번은 독립선언서에 명시된 두 가지 이상, 즉 자유와 평등에 관해서다. 세 번째는 게티스버그 전장을 묘지로 헌정한다는데,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죽은 자들이 목숨을 바쳤으나 이루지 못한 미완성 과제인 자유와 평등의 완성하겠다는데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헌정한다는 단어는 종교적 메타퍼를 담고 있다. 링컨은 종교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앙심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이 연설은 수태와 탄생, 죽음과 부활이라는 종교적 이미지에 뿌리박고 있다.


첫 문장에는 탄생의 이미지가 쏟아져 나온다. 미국은 ‘자유 안에서 수태했고’ ‘건국의 아버지들에 의해 탄생했으며’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중간에는 ‘최후의 안식처’ ‘살아있거나 죽은 용자들’ 등 죽음의 이미지가 들어 있다.

마지막에는 미국의 정신이 죽음의 무대에서 솟아오른다. ‘이 나라는 하나님의 가호 아래 자유의 부활을 맞게 될 것이다.’ 전쟁의 불길 속에서 정화된 나라가 부활하고 아들들의 희생을 통해 갈라졌던 나라가 하나가 된 것 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링컨의 명 연설은 시어도어 파커 목사가 1850년 보스턴에서 노예제 반대집회 때 행한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이 목사는 자유를 ‘모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이해했다.

링컨은 여기서 ‘모든’을 빼고 이 구절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링컨은 이 연설에서 국민을 세 번 되풀이함으로써 정부의 정통성은 미국의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집권자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모든 나라가 이 진리를 깨달은 것은 아니다. 9·11 1주년에 링컨의 명 연설을 감상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링컨은 죽은 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수 천명의 죽음이 ‘자유의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우리’는 ‘미완의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각오를 새로 다져야 한다.
윌리엄 사파이어/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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