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온건 무슬림 끌어 안아야

2002-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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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요세프 이브라힘/워싱턴포스트 기고

미 안보관련 조직에서 중동의 종교적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야기될 위협이 가장 심각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18세기 초 이슬람 세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븐 압둘 와합의 추종자들이 소위 와하비즘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이 주축이 된 9·11 테러사건으로 와하비즘은 미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죽음, 파괴, 테러와 동일한 용어로 취급된다.

사우디는 미국의 친구이며 유가 안정의 버팀목이 아니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적’으로 이미지가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9·11테러로 인해 아랍권을 와하비즘으로 묶어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 지역 지도자들과 여론 주도층은 서방세계에 비교적 우호적이며 와하비즘의 시대착오적 측면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니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계획에 반대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마치 악마의 편에 선 것처럼 보도되는 데에 전 세계 12억 무슬림이 언짢아 할 것은 자명하다. 부시 행정부는 이슬람과 진짜 적을 구분하는 게 현명하다. 물론 와하비 추종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우디 지도자들과 와하비 추종자들간에 연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50년간 이어져 온 것이니 말이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반군과 전쟁을 치를 때 미 중앙정보국이 와하비 추종자 등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을 재정 지원해 아랍권 내 이들의 영향력을 키워준 결과를 낳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와하비 제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를 배후 조종한 것이 밝혀지면서 아랍권에서는 이들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집트, 사우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랍세계에서 예술가, 정치인, 학자 등이 처음으로 성직자들을 공개비난하고 있다. 미국이 두루뭉실하고 부적절한 표현을 써서 아랍세계를 도매금으로 매도하지만 않는다면 사우디와 와하비의 오랜 관계는 깨질 수 있다.

사우디 인구의 절반인 1,800만명이 와하비즘을 억압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중산층들은 더 하다. 그러나 이들이 바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과격한 원리주의를 배격하려는 이들 무슬림을 끌어안아야 한다. 무턱대고 미국의 정책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게 아니다. 흑백논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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