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장 재 뿌려줍니다”

2002-08-0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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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에 싣고 오리건주 고향산천에 살포

경기가 침체될수록 별난 아이디어의 비즈니스들이 속출한다. 오리건주 로즈버그의 팻 로커스 부부가 차린‘AOO’도 그 중 하나다.

AOO는‘Ashes Over Oregon’의 약자이다. 죽은 사람의 화장 재를 경비행기에 싣고 오리건 상공에 뿌리는 것이 로커스 부부의 비즈니스이다. 생전에 사랑했던 고향산천 위에 재를 뿌려달라고 유언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 부부의 고객이다.

경비행기 조종이 취미인 로커스는 30여년간 가업으로 해온 플러밍 비즈니스에서 지난해 은퇴하고 부인 로즈마리와 함께 AOO를 차렸다. 친지들의 부탁으로 화장 재를 몇 차례 공중에서 살포한 경험을 살려 푼돈이라도 벌어 개스 값을 충당할 요량이었다. 캘리포니아주에는 이런 비즈니스가 몇 군데 있지만 서북미 지역에는 하나도 없었다.


인근 장의사들을 중심으로 광고를 내고 웹사이트도 만들었더니 1년이 지난 요즘 한 달에 두세건 씩‘주문’이 들어온다. 화장 재는 대부분 오리건주 장의사에서 받는데 텍사스와 애리조나에서 온 것도 있었다. 오리건이 고향인 타 주 사람들의 유골이다.

화장 재는 대개 지상 6천피트 상공에서 살포되며 요금은 건당 250달러이다. 로즈버그 반경 30마일 밖의 지점에 뿌릴 때는 개솔린 값을 추가한다. 로커스는 유족에게 재를 뿌린 정확한 시간과 살포된 지역의 경도 및 위도를 기록한 증서를 제공한다. 또 고객이 원하면 공중에서 성경 구절을 읽거나 기도도 해주며 살포 지점의 사진도 찍어준다.

로커스는 얼마 후 자신의 화장 재도 공중에서 뿌려지기를 원한다며 살포 지점은 북부 캘리포니아주의 샤스타 산을 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순백의 만년설이 덮인 그 산 정상이야말로 천국에 가장 가까울 것 같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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