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과 ‘사’ 구별 희미

2002-07-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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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

부시의 비즈니스 스타일 이 시점에서 왜 중요한가. 그의 보좌관들은 부시의 인격을 강조하지만 국민들은 부시가 전적으로 주위의 후원과 커넥션으로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부시의 비즈니스 스타일이 행정부에도 그대로 스며있다는 점이다. 비밀주의가 그중 하나이고,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

부시는 투자로 큰돈을 벌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첫째 알링턴시가 레인저스의 새 구장을 건설할 때 부시와 그의 파트너들에게 세금에서 1억5,000만 달러를 융자해 주었다. 시는 재정보전을 위해 세금을 대폭 올려야 했다. 구장이 완성되자마자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에 출마했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성취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말이다. 그리고 부시의 신디케이트는 구장을 원래 가격보다 3배나 불려 팔았다.

둘째, 텍사스대학은 주립대임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주지사에 당선된 부시는 기부금과 관련한 규정을 바꿨다. 기부금으로 한 투자에 대한 내역을 공개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투자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의무조항도 없앴다. 그리고는 90억달러의 기금을 유팀코라는 비영리기관에 넘겼다.


유팀코사의 회장 탐 힉스는 최소 4억5,000만 달러를 자신이 운영하는 사기업과 공화당 주요기부자들이 운영하는 기금에 투자됐다. 그러나 위의 의무규정이 없어진 상황이라 이 기금이 어디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말이 많자 힉스는 유팀코 회장직이 끝나는 1999년 회사를 조용히 떠났다.

셋째, 부시는 레인절스 신디케이트의 지분 1.8%를 갖고 있었으므로 판매 대금 중 230만 달러를 차지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그의 파트너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지분을 포기하고 부시에게 넘겼다. 부시는 이에 따라 매각 대금의 12%인 1,490만 달러를 받게 됐다. 일단의 기업가들이 현직 주지사인 부시에게 1,200만 달러를 선물로 준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와 같은 사례들이 부시의 비즈니스 스타일을 보여준다. 우선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비밀주의를 고집한다. 자신이 신설하려는 조국안보부가 정보자유법에 규제를 받지 않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않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시는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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