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 라덴은 죽었다

2002-0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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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다. 6개월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소식통들로부터 처음 나온 이 소식에 의하면 빈 라덴은 지난해 12월 사망해 아프간 남동부 산악지대에 묻혔다.

빈 라덴이 아직 살아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을 리도,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자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항상 자기 이름을 내세우고 싶어했던 것이 그였다.

설사 그가 아직 살아있다 하더라도 빈 라덴주의는 영원히 사라졌다. 빈 라덴주의의 핵심 요소들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이슬람교에 대한 냉소주의적 잘못된 해석이다. 이런 입장은 이슬람 경전에 대한 얄팍한 이해를 바탕으로 반 서구 관념론자들에 의해 수십년전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이슬람 지식인들은 그같이 선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이슬람교의 철학적 유산을 재발견하고 있다.

두 번째 요소는 쉽게 들어오는 돈이었다. 이승에서 정치적 반대파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한편 내세에도 한 자리를 마련한다고 믿은 페르샤만 일대의 부호들이 대부분 돈줄이었다. 가난하고 압제받는 이슬람교도를 돕는다고 믿으며 돈을 댄 사람들도 있고, 과격집단이 멀리 다른 데 가서 에너지를 쓰라고 돈을 준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그런 쉬운 돈은 없어졌다. 자신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돈을 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부자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빈 라덴식 테러를 가능하게 한 세 번째 요소는 몇몇 국가들의 후원이다. 알 카에다 세포들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지아로부터 모로코와 튜니지아에 이르는 회교도 국가들에서 종종 공개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이제 알려졌다. 탈레반 정권의 붕괴로 이들은 더 이상 안전한 기지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네 번째 요소는 많은 서구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런던은 알 카에다의 중요한 피난처였고, 독일, 벨기에, 프랑스등지에서도 별 거리낌없이 활동을 했었다.

다섯 번째 요인은 서구 특히 미국의 비겁한 태도 혹은 종이 호랑이 같은 모습이었다. 이슬람교 과격파들 사이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할줄 아는 것이라곤 단 하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뿐일 것이란 농담이 떠돌았다. 그런 인식은 이제 더 이상 없다.

빈 라덴은 이런 요소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만 생존하고 번영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계는 사라졌다.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다. 아미르 타헤리
/뉴욕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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