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을 숨쉬게 하라

2001-1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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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의 향기

와인에게 숨 쉴 기회를 줘라. 와인을 숨쉬게 한다는 것은 공기에 노출시킨다는 얘기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그 맛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공기중 산소가 와인의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와인의 호흡은 화이트 와인에는 그리 큰 영향이 없으나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맛을 크게 달라지게 한다. 와인은 맥주와 달리 본질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숙성시킨 술이다. 숙성이 가장 필요한 성분은 탄닌과 산. 이 성분들은 산소와 접촉하게 되면 약간 약해지는데 그 자리를 과일향이 메운다. 와인의 향을 맡을 때 잔을 서너번 돌려 소용돌이 치게 하는 이유도 와인속에 배어 있는 탄닌과 산 성분을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최대한 발산시키려는 이유에서다.그래서 와인의 숨을 쉬게 하면 좀 더 균형잡힌 향과 맛을 즐길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진판델과 캬버네 소비뇽, 시라즈등 와인은 누가 주조했는지, 얼마나 숙성시킨 것인지등에 따라 1시간 이상 호흡하도록 해야 최고의 맛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 레드 와인은 병을 딴후 잔에 부은후 10분정도 있다 마시면 맛이 좋아 진다. 코르크만 따고 병안에 그냥 와인을 놔두면 ‘호흡효과’가 별로 없다. 잔에 따라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와인의 경우 호흡이 별 의미가 없기도 한데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가 대표적이다. 보졸레 누보는 어차피 오랜 숙성을 거치지 않고 포도수확후 수주일내에 마실수 있도록 주조된 와인이기 때문이다.

숨을 쉬게 한다고 너무 오래 공기에 노출시키다 보면 와인은 점차 식초맛으로 변해 간다. 따라서 얼마동안 호흡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가는 결국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입맛의 문제이다.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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