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를 건드리지 말라

2001-10-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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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스캇 리터/LA타임스 기고

9·11 테러참사 이후 미국에 대한 세균공격 위협이 주 경계대상이 되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탄저균 감염에 대한 조사가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테러공격이 정교하고 조직적이란 점을 들어 특정 국가 배후설이 부각되고 있고 체코에서 흘러나온 한 보도는 테러리스트들이 올해 초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 정보원과 만났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가 세균 무기와 연계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이라크는 지난 30년 동안 과격한 원리주의자들을 탄압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므로 이라크가 이들의 테러행위를 지원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 유엔의 대량 살상무기 감시 및 해체 조치로 인해 이라크의 세균시설이 대부분 파괴됐다는 사실이 이라크 연계설을 약화시킨다.


물론 이라크는 이 같은 테러를 계획하고 조직할 만한 자금과 동기를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제제재와 이라크 남북부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한 미국에 계속 대들어온 이라크이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의 후세인이 이번 뉴욕테러를 보고 고소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후세인과 테러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은 이념과 동기에서 있어서 정반대의 인물들이다. 이들은 비밀결사를 맺을 관계가 아니라 생래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부시는 지금 유엔의 무기 감시가 없다는 이유로 이라크가 재무장했다며 불안감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

이라크 군대는 장비나 훈련 정도에 있어 형편없다. 결코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플로리다의 탄저균 발생도 이라크와 연계됐다는 아무 물증이 없다. 부시는 현재의 작전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증거 없이 이라크를 타겟으로 삼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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