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빈곤퇴치 적극 나서야

2001-10-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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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협조해준 대가로 파키스탄이 미국에 진 3억7,900만달러의 채무 이행 일정을 재조정해 주었다. 또 아프가니스탄과 인접 국가들에는 인도주의에 입각해 3억2,000만달러를 지원키로 발표했다. 외국에 대한 지원과 미국의 국익의 연계가 지금처럼 선명한 적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해외개발 지원금은 지난 65년 국내 총생산의 0.45%에서 현재 0.11%로 감소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해외지원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은 전략적이고도 인도적이다. 미국이 회교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을 응징하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미국에 협조적인 파키스탄에 경제지원을 함으로써 반미 강경파의 득세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지원 시 지정학적 지원과 빈곤 극복 지원의 두가지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정학적 차원에서 우방국들에 해준 재정지원이 낭비되는 경우는 냉전 시 파키스탄과 아프리카 콩고의 예가 잘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빈곤 퇴치를 위해서라면 정치적 요소를 확실히 배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 보다, 객관적인 잣대로 재정지원을 하는 세계은행을 앞장세우는 게 현명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연간 8억달러의 기금이 세계은행에 기부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방국들에 정치적 목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데 치중하면 세계은행이 세계의 빈곤과 싸우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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