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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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경제 직접 챙겨라

2001-10-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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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관련한 정치적 군사적 도전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제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선 명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의회가 이번 주 경기 부양안을 심의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현 경제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도, 뾰족한 방안 제시도 못하고 있다. 폴 오닐 재무장관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 각료들은 그들이 직면한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경기 진작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그 규모와 형태를 놓고 의회 양당과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시는 오늘 뉴욕에서 비즈니스 지도자들과 회담도 계획하고 있다. 부시의 참모들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조언대로 경기상황을 좀 더 면밀히 측량할 필요가 있으므로 경기 진착책을 너무 성급히 다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물론 현 정부가 완벽한 경기 진착책을 들고 나오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무장관이나 관계자들이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우선 흔들리는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이익집단이 1년 내내 로비를 펴온 감세안에 손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확실한 선을 긋지 않으면 의회는 로비스트들에 넘어갈 공산이 큰 분위기다. 지금 시점에서 지난 선거기간에 재정지원을 해준 헌금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될 것이다.

오로지 대통령만이 경제 현안에 대한 최종 판단과 정책을 낼 수 있다. 경기진작을 위한 감세 방안은 진정으로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수립돼야 한다. 불황으로 실직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오닐 재무장관처럼 장밋빛 전망만 내놓으면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뿐이다. 부시가 나서야 한다. 현 상황을 직시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현 참모들이 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 팀을 재구성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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