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늦기 전에 생화학전 대비

2001-10-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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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 워렌(UC데이비스 역사학 교수)/LA타임스 기고

미정보 관료들에 따르면 냉전 말기 러시아 과학자들이 세균전에 대비해 대량의 천연두균을 만들었는데 이중 일부가 현재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어갔다. 미정부 당국은 수년전 이에 대비, 저장소에 있는 1,500만명분에 추가로 4,000만명분을 증산할 것을 지시했으나 2004년이 돼야 가능하다. 그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천연두균의 위협은 어느 정도인가. 이 균은 유럽인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졌다.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는 이런 균이 없었고 그만큼 면역력도 없었다. 그래서 이 균이 한번 번지기 시작하자 그 희생은 대단했다. 잉카, 마야, 체로키, 맨단, 추마시 등 민족의 인구가 4분의1 이하로 줄었다. 아즈텍 군대는 1492년 10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수백명에 불과한 스페인 침략자들을 격퇴시키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질병 때문이었다.

다른 균들도 많았지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천연두균이었다. 이 균에 감염되면 30%가 죽는다. 근대의학에 의해 200년전 백신이 개발됐고 20세기를 끝으로 이 질병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여겨져 미국에서도 의사들이 72년이래 천연두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천연두 백신은 접종 후 20년이 지나면 약효가 없어진다. 결국 2억8,000여 미국민 모두 이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막고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것보다 예방 접종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성공하기 전에 모든 국민에게 예방 접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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