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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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사라져야 한다

2001-09-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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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스트릿 저널 사설)

전 세계가 미국이 어떻게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전쟁 목표를 둘러싼 혼란이 일고 있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오마사 빈 라덴과 엘 카에다 조직을 분쇄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탈레반 정권 전복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파월 국무장관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지난 주말 탈레반 정권 전복이 미국의 목적이냐는 질문을 받자는 그는 “엘 카에다 제거가 목적이며 아프간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는가는 별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미 군사 행동의 목표는 아프간의 정권 교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탈레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아프간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한 부시 대통령이나 “탈레반이 사라지는 것이 아프간을 위해서도 이롭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담당 보좌관의 생각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회교국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 파키스탄 등 회교국을 무마하기 위한 외교적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행정부내 이견을 반영한 것이라면 부시는 테러범과 그들을 보호하는 정권을 동일시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테러범만 응징하고 비호정권을 방치한다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별 의지가 없음을 주위 나라에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빈 라덴을 잡는다 해도 그와 비슷한 자가 그 뒤를 잇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시리아와 이라크, 수단과 알제리아 같은 나라들은 테러범을 계속 비호해도 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걸프전 때 사담을 끝장내지 않은 것보다 더 큰 실수다.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다른 테러범 지원 국가를 제거할 가망은 거의 없다. 탈레반은 불과 아프간 국민 10%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한 조사결과 나타나 있다. 질서와 번영을 가져오겠다던 그들의 약속은 테러와 가난에 묻힌 지 오래다. 인도 타임스는 동부 아프간에서의 탈레반의 지지는 이미 사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부 동맹이 빈 라덴 찾는 것을 도와줬을 때 우리가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남아 있다. 우리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을 배신했던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미국을 믿고 봉기했다 사담에 의해 짓밟혔다. 북부 동맹이 아프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푸시툰족과 사이가 나쁜 우즈벡과 타지크족으로 구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 아프간 왕의 주장대로 미국이나 유엔 주재의 신탁통치를 거쳐 탈레반 축출 후 혼란을 수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모든 전쟁은 군사적 정치적 목표를 갖는다. 미국의 목적은 테러의 정치적 비호 세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달성되지 못한다. 그것이 탈레반 제거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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