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지원국 모두 손봐야

2001-09-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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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크라우새머/워싱턴포스트 칼럼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를 비호하는 정권을 교체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제거가 그 시작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정부의 지원과 보호 없이 활동할 수 없다. 남극에서 테러 캠프를 설치하기 전에는 반드시 특정 국가에 기대야 한다. 그러므로 테러리스트들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국가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려 세계에, 특히 테러에 연관된 정권들에 미국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제정세를 보면, 과격한 이슬람 세력이 곳곳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해병대 막사를 공격당한 미국은 93년 레바논에서 퇴각했다. 93년 모가디슈에서 미군 18명이 살해당하자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철수했다. 소련도 10년 전쟁 끝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났다. 9·11 뉴욕 테러사건은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승리는 승리를 낳는다. 테러리스트들은 이같은 추세를 보며 더 결연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이같은 추세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런데 파월 국무장관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조직 알 카에다 괴멸을 탈레반 정권 전복과 분리하려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탈레반 정권이 빈 라덴을 넘겨줄 경우 미국의 경제원조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정의구현"에 배치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자중지란을 보이면 테러와의 전쟁을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이다.


탈레반 정권과 대항해 싸우는 북부동맹 반군을 지원하면 탈레반 정권 전복이 가능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다음 단계는 테러리스트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시리아다. 시리아는 이념적 또는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지정학적 목적 때문에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다. 그만큼 유연하다는 뜻이다. 시리아는 수월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란과 이라크다. 이란에서는 보수적인 성직자들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고 동시에 보다 자유로운 사회를 원하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어 내부로부터의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이라크의 사정은 다르다. 내부반란으로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 정권인 바그다드 정권을 제외시킬 수는 없다.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반드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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