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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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진짜 목적은 ‘공포심’

2001-09-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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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데이빗 로픽<하버드대 위험요인 분석 센터 디렉터> USA투데이 기고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처음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였다. 당시 대공황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고 강조했다. 합리적이지도 않고, 근거도 없는 두려움, 퇴보를 전진으로 전환시키는데 필요한 노력을 마비시키는 두려움이다.

그의 말은 오늘 우리 현실에 더 들어맞지가 않을까.

우리가 지금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더 많은 테러가 아니라 테러가 가져오는 공포심이다. 명료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리며, 여행하고, 샤핑하고, 춤추고, 농담하고, 웃는 정상적인 삶을 이끌어갈 능력을 약화시키는, 정신을 마비시키는 두려움이다. 바로 이 때문에 테러를 테러라고 부르는 것이다. 테러리스트의 공격 목적은 건물을 파괴하거나 죽이는 것보다는 공포심을 불어넣어 정신에 독을 가한다는 측면이 더 크다.


친구들은 말한다. 비행기 타기가 두렵다, 고층빌딩에 올라가기가 두렵다, 집에서 멀리 가기가 두렵다. 그리고 장차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두렵다고 한다. 전쟁과 테러의 연속도 두렵고, 안전을 추구하느라 민간의 자유가 침해당할 것도 두렵고, 동기가 정당하다는 이유로 우리도 테러리스트들이 그랬듯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정당하다고 할 것도 두렵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정말이지 진짜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삶을 손상시키고 있다. 테러리즘이 우리를 이런 공포 속에 몰아넣도록 오래 내버려두면 둘수록 그로 인한 손상은 더 깊고 장기적이 될 것이다.

위험요인에 대한 두 종류의 연구진영이 있다. 위험요인을 사실에 초점을 맞춰 연구함으로써 위험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연구진과, 두려움 등 우리에게 미치는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위험에 대해 육체적 안전뿐 아니라 감정적 측면에서도 같이 대응하게 하는 연구진이다.

첫번째 연구진영이 우리에게 상기시켜 줄 것은 테러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대단히 낮다는 사실일 것이다. 심장질환으로 죽을 확률,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비행기 여행도 9월11일 이전보다는 지금 더 안전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두번째 연구진영이 지적해 줄 것은 우리의 두려움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일상의 관심 레이더 스크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그로 인한 두려움은 커지고, 특정위험으로 인한 결과가 참혹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아울러 그 위험이 익숙지 않은 낯선 것일수록 두려움은 커진다. 9월11일 테러에 모두 해당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지금 장기간에 걸친 국가적 장례 속에 살고 있다. 우리 많은 사람들이 느끼기에 웃고 농담하고 춤추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대부분 종교에서 장례식은 애도의 시간일 뿐 아니라 먹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하며 따뜻함을 나누는 시간이어서 산 사람들이 비통함과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가는 과정을 만들어 준다.

지금 당장은 희희낙락하는 것이 옳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장례식이 끝나면 그랬듯이 왁자지껄한 웃음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도 생생한 두려움이 언젠가는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오래 ‘합리적이지도,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 공포심’에 사로잡혀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경제에, 우리 민주주의에, 세계와 우리의 관계에, 우리의 미래에 더 큰 손상을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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