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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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계약

2001-09-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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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 (58)

▶ 강정억 변호사

대부분의 계약에서는 한 쪽이 오퍼를 보내면 이 오퍼를 받는 쪽이 이 오퍼를 수락할 것인지의 여부를 상대방에게 통보한 후 쌍방이 계약을 이행한다. 이러한 계약을 법률용어로 ‘쌍방계약’(bilateral contract)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떤 계약에서는 오퍼의 수락여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고 상대방의 오퍼를 행동으로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계약을 ‘일방적인 계약’(unilateral contract)이라고 부른다. 관련법을 설명해 본다.

<문> 일방적인 계약의 예는 어떤 것인가.


<답> 가장 간단한 예를 들면 A가 자기 집 정원의 잔디를 깎는 사람 누구에게나 20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오퍼를 했다고 하자. 이 오퍼를 들은 B가 A에게 "당신의 오퍼를 수락하겠다"는 통보를 하지 않고 A의 집에 가서 정원의 잔디를 깎으면 B는 A의 오퍼를 수락한 것이 되고, 이로써 A와 B 사이에는 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B는 약속한 20달러를 A에게 지불해야 한다. 이 때 A가 B에게 "당신이 내 집의 잔디를 깎기 전에 내 오퍼를 받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에게 내가 약속한 20달러를 줄 수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A의 오퍼 그 자체가 계약을 이행하기 전에 쌍방간에 약속을 전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 만약 위의 예에서 A가 한동안 자기 집을 비웠기 때문에 B가 자신의 집 정원의 잔디를 깎은 줄을 몰랐다고 하자. 한편 B는 자신이 A의 집에 가서 그 집 정원의 잔디를 깎았다는 사실을 한동안 A에게 알리지 않고 나중에 20달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A는 B에게 "당신이 나에게 일을 하기 전이나 후에도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한 20달러를 줄 수가 없다"고 했다. B는 A에게 20달러를 받을 수 있나.

<답> 어려울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일방적인 계약에서는 오퍼를 받은 쪽이 직접 행동을 통해서 오퍼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일단 행동으로 상대방의 오퍼를 받은 후에는 이 사실을 오퍼를 낸 쪽에게 ‘합당한 기간 안에’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에서 B는 A가 원하는 일을 했지만 이 사실을 A에게 어떤 방식으로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A에게 계약이행을 요구할 수가 없다. B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A가 한동안 집을 비웠다고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도 자신이 A의 정원 잔디를 깎았음을 알렸어야 했다.

<문> 어떤 계약이 ‘쌍방계약’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계약’인지가 모호할 때는 이 계약이 어떻게 해석되나.

<답>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쌍방계약’은 계약 당사자들 간의 약속이 교환됨으로써 이루어지는 계약이다. 또한 이러한 계약이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대부분의 계약이다. 그러나 어떤 계약이 쌍방계약인지 또는 일방적인 계약인지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으로는 일단은 ‘쌍방계약’으로 간주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오퍼를 보낼 때 그 오퍼 자체를 상대방이 반드시 약속을 통해서 오퍼를 받도록 하는 ‘쌍방계약’의 형태로 하는 것이 좋다.

<문> C가 신문에 자신의 집을 팔기 위한 매매광고를 냈다. 광고에서 C는 자신의 집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자신이 받고 싶은 가격은 20만달러라고 적었다. 이 매매광고를 본 D가 C에게 찾아와서 20만달러를 줄 테니 광고에 난 집을 자신에게 팔라고 했다. C와 D 사이에는 계약이 이루어진 것인가.

<답>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광고란 이 광고를 본 사람들에게 협상을 시작하거나 오퍼를 하도록 권고하는 것이지 광고 자체가 사실상의 오퍼는 아니라는 것이 광고에 대한 법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 C가 광고에 요구한 20만달러를 D가 들고 왔다고 해서 C가 D와 매매계약을 맺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C가 관심이 있으면 D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매매협상을 벌일 때가 왔을 뿐이다. 그러나 광고가 오퍼로 간주되는 예외적인 상황들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를 찾아주는 사람에게는 500달러를 주겠다는 광고를 냈다고 하자. 이 광고를 본 어떤 사람이 광고를 낸 사람이 찾고 있는 개를 데리고 와서 광고에 낸 500달러를 달라고 하면 500달러를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상금이나 현상금이 걸린 광고는 이 광고를 본 사람이 광고에서 요구하는 행동을 실천에 옮겼을 경우에는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광고주가 광고에 적힌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광고 그 자체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각 주와 연방 정부가 정한 소비자 보호법에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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