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도 같이 쳐라

2001-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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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짐 호글랜드/ 워싱턴 포스트

부시 대통령의 테러범들을 격멸하기 위한 첫 군사행동은 중앙 아시아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그 지역은 미국에 전쟁을 선포한 암살범들이 숨어 있는 장소일 뿐이다. 문제의 근원은 페르시아만이며 문제가 끝나야 할 곳도 거기다.

국방부는 미 전투기가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으로 발진했다고 뉴스를 흘렸다. 이것은 아프간으로 하여금 오사마 빈 라덴을 추방하게 하려는 일종의 압력이다. 빈 라덴이 도망가다 실수를 저질러 잡히도록 한다는 부시 계획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멘에서 아프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불안한 사각지대다.

아프간이 테러와의 전쟁의 주요 무대임은 틀림없다. 지난 11일 무고한 미국인을 수없이 죽여놓고도 기쁨의 환성을 지르는 종교적 문화적 증오에 탈레반도 감염돼 있다. 탈레반 일당을 그들이 비호하는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지상에서 쓸어버리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들은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빈 라덴은 미국을 공격하는 자신의 동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사우디 왕실을 지키기 위해 10년째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를 비롯, 이집트와 다른 아랍 정권의 정치적 방패막이를 해주고 있다. 정권을 비판하면 형사 제재를 받는 아랍의 언론들은 이라크를 공격하고 이스라엘을 비호하며 세계화에 앞장선다는 이유로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 과격한 언사를 사용하더라도 용인 받고 있다. 신문과 시민들은 자기 나라 정권 대신 미국을 비난하는 것으로 분을 풀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 펼쳐 나갈 오랜 투쟁 목표의 하나는 이런 이중잣대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아랍 집권층의 방패 노릇만 해주고 있을 수는 없다.

빈 라덴이 98년 아랍 신문에 성전을 선포한 글을 읽어 보라: “회교도에게 가장 중요한 성지는 아라비아다. 모하메드가 거기서 살다 죽었다. 회교권의 중심지는 이라크다. 회교도에 있어 아라비아와 이라크보다 더 중요한 곳은 없다.” 페르시아만을 제쳐놓고 테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부시가 실패한 이라크 정책의 재검토를 명한 것을 보면 그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아프간에 뚜렷한 공격 목표가 없고 페르샤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대 이라크 정책 재검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 문제는 지난 수요일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정책위원회 모임에서도 새롭게 부각됐다. 이 모임에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는 안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짜고 있는 연합군 구성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보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는 테러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화급한 문제였다. 이제 와서 이를 보류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우디와 쿠웨이트에 주둔하고 있는 1만명의 미군은 주둔 목표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워싱턴의 우유부단함이 미군을 깊어 가는 전략적 늪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아프간은 한 걸음 한 걸음씩 상황에 따라 대처하면 된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해서는 과감한 군사행동이 시급히 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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