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 라덴의 진짜 속셈

2001-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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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데브라 프리드먼·마이클 헥터/LA타임스 기고

9월11일의 비극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테러리즘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테러리스트의 목적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혁명주의자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의 목적은 미국에 피해를 주는 것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대규모 군사보복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은 물론 그들에 은신처를 제공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지난주 테러를 자행한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빈 라덴은 전략가이고 조직의 천재이면서 동시에 이상주의자다. 그는 이슬람 정부들이 기본적으로 타락했으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제국주의에 무기력하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이슬람 정권들이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며 대다수 국민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이들 국가들을 공격할 경우 정권이 불안해질 것은 분명하다.


빈 라덴은 바람을 일으키고 소용돌이가 몰아치길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슬람 어린이들에게는 모하메드 다음으로 인기가 있다. 빈 라덴은 이들 약체 이슬람 국가들에서 혁명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으며 미국의 보복공격이 그 동력을 제공해 주길 희망할 것이다. 결국 미국이 빈 라덴의 속셈을 채워주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빈 라덴은 이번 테러를 통해 자신이 무적의 미국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이는 그의 추종자들을 결속하고 젊은 추종자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슬람 국가들에 대항할 강력하고 맹목적인 혁명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군은 바로 미군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부와 힘의 상징을 강타하기 위해 여객기를 이용한 것처럼 빈 라덴은 이슬람 세계에서 약하고 부패한 정권을 전복하는 데 미군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보복하지 않으면 빈 라덴은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자극할 것이다. 우리가 공격하면 혁명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빈 라덴이 우리를 어려운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당분간 빈 라덴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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