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키스탄 신중히 다뤄야

2001-09-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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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맨수르 이야즈/LA타임스 기고

수일간 파키스탄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일단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을 돕기로 했다. 미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파키스탄 온건파 정부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을 돕지 않아도 문제이고 도와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돕는다면 자국내 회교 원리주의자들과의 내전에 휩싸일 수 있다. 이들이 최신무기로 무장하거나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이들의 국가 이전에 형제란 개념으로 뭉쳐 있어서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인이라 할지라도 파키스탄에서 사탄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형제들에게 총을 겨누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도시 주요 건물들은 과격파에 의해 점거될 것이고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시 행정부는 최종 옵션을 선택할 때 보다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우선 파키스탄의 비밀 정보망과 전술적 지원을 받으면서 공식적으로는 파키스탄 정부가 이를 부인할 수 있는 그럴듯한 구실을 제공하는 방안이 있다.

파키스탄의 정보의 도움을 받아 델타 포스 특공대, 해병대, 미육군 엘리트 요원들을 아프가니스탄에 비밀리 공수한 뒤 오사마 빈 라덴의 지하터널을 공격한다. 이 때 최면개스, 수류탄 등 특수 무기들을 동원해 라덴과 그의 용병을 제압한다. 그렇지만 라덴의 국제적 테러조직은 그대로 놓아둔다. 그래야 발본색원이 가능하다.

생포된 라덴과 그의 측근을 조용히 미국에 데려와 법정에 세운다. 이것이 미국의 정의구현 방식이다. 파키스탄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분노를 표출하겠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형제국을 공격하도록 미국에 길을 열어주었다는 근본적인 적대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정정불안 또는 내란으로 무샤라프 대통령은 자국을 위해 어떠한 대가도 기꺼이 치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핵무기가 자칫 과격파들의 손에 넘어가서도 안되고, 장차 경제적 잠재력이 큰 파키스탄 같은 나라를 잃는 것도 미국으로선 큰 손실이므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민과 정부는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장기적 문제에 대한 단기적 처방을 하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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