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조직 네트웍을 부수라

2001-09-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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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헨리 키신저<전 국무장관>

11일의 공격과 같은 일은 체계적 계획과 탄탄한 조직, 많은 돈, 그리고 기지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일은 즉흥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획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테러에 대한 우리의 이제까지 반응은 범행을 저지른 자들을 추적하는 한편으로 비슷한 규모의 보복 행위를 단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국 영토상에서 행해진 공격이어서 우리의 사회적 삶의 방식과 자유 사회로서 우리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 된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다른 방법으로, 이를 만들어낸 시스템에 대한 공격으로 대응되어야 한다.

우리의 즉각적 반응은 물론 사상자들을 돌보고 어느 정도 정상적 삶을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즉시 일터로 복귀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붕괴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이번 일에 대한 체계적 대응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바라기는 이번 일에 책임 있는 시스템을 파괴시킴으로써 진주만 공격 당시처럼 단호하게 끝을 맺었으면 한다. 시스템이란 여러 국가 수도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 조직들의 네트웍을 말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대응조치를 취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보복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복은 과정의 끝일 수가 없으며 과정의 주된 부분이 되어서도 안 된다. 주된 부분은 테러 조직 시스템이 발을 못 붙이고 쫓기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때 테러조직 시스템이란 전 세계를 무대로 동시다발적 수단으로 작전을 펴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번 사건이 오사마 빈 라덴 타입 테러의 특징들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빈 라덴의 소행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공격을 할 수 있는 테러집단에 은둔처를 제공하고 있는 정부는 어떤 정부이든지, 이번 공격에 연루되었는지 증명 여부를 떠나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어떤 식의 반격을 우리가 이번 주 혹은 다음 주에 가할 수 있을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와 우리의 우방들이 상호 협력적인 대응수단을 찾아야만 하는 이슈이기는 해도 우리 스스로의 안보가 위협 당한 만큼 합의에 의존해 대응조치를 펼 수는 없다. 이것은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행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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