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전’ 개시하자

2001-09-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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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 / 워싱턴포스트 기고

오늘 아침까지 테러에 대해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민이 테러범들에 굴복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응징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테러범들은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철수하길 바라고 있지만 정치, 경제, 안보이익이 연결돼 있는 글로벌 시대에 미국이 움츠러들 수는 없다.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우리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세력이 우리를 공격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으로 믿을 수도 없다.

우리는 성전을 개시해야 한다. 증오와 피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관용, 법치 등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로 움직여야 한다. 테러범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가차없이 뛰어들 듯 우리도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어떠한 정부도 국내외 자국민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좌시할 수 없는 것도 정부다. 정부는 테러조직이 테러를 결행하기 전에 정보를 입수해 이들의 훈련캠프를 공격하고 공모자들을 체포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해 왔다. 3년전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에 대한 군사행동도 이의 일환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각국의 사정이 달라 협력의 자세도 다르겠지만 이번 테러보다 더 참혹한 테러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생화학 무기로 테러를 감행할 경우 땅과 물, 공기를 오염시켜 측량할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이 위험은 이미 우리 가까이 와 있는지도 모른다. 한 테러범이 생화학무기가 든 작은 가방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시내를 돌며 오염시키는 것을 연상해볼 수 있다. 연방, 주, 지방정부 차원의 공조체제 구축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비가 절실하다. 부시 행정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연방의회는 감독과 기금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제적 협조가 요구된다.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미국민들과 정부 관리들은 사생활과 테러 대응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한차례 군사행동으로 이길 수 없다. 진정한 승리는 앞으로 오랜 기간 견지해야 할 국민의 용기, 신념, 단합, 그리고 결연한 자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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