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방주의론 안된다

2001-09-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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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앤소니 루이스<뉴욕타임스 칼럼>

테러리스트들이 공격 행위를 통해 일으키려 했던 것은 공포이다. 그 점에서 그들은 성공했다. 그들은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힘의 상징들에 죽음과 파괴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세계 유일의 초강국이 얼마나 공격에 약한지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공항안보 시스템은 얼마나 불완전한가. 우리의 군본부들조차 얼마나 무방비상태인가.

이번 사건을 전쟁으로 볼 경우, 그것은 진주만 공격과는 전혀 다르다. 진주만 사건은 아주 명백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학교 강당에 모여서 루즈벨트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어제, 1941년 12월7일, 치욕 속에 기억될 날…”누가 적인지 혹은 미국이 어떻게 반격을 가해야 하는 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의혹의 대상이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이번 같은 대규모의 지능적 테러리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는 척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로 손을 뻗어서 테러 대응을 위한 연합전선을 펴는 것이다. 정치형태와 무관하게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기본적 안보에 대해서는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그렇고, 러시아가 그렇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찾아내 분쇄하려면 세계적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엔은 모든 국가들이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피신처 제공을 거부하고, 그들을 쳐부수도록 도울 것을 촉구해야만 한다. 그런 요구를 거부하는 정부는 군사행동의 표적이 될 것이다.

우리의 외교정책이 이후로는 일방주의의 분위기를 완전히 멀리해야 한다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 우방국들에게조차 이번 행정부는 다른 국가들의 생각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견해만 고집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미국이 혼자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나간다면 부시 대통령은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테러 공격은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포함, 우리 국가 안보정책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안보정책을 비판하는 진영은 이 나라가 장차 미사일보다는 서류가방 폭탄이나 다른 테러 장치들로 인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을 항상 해왔다. 그들의 주장이 이번에 끔찍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정책 방향이 어떤 쪽으로 가든지 우리는 테러리즘, 핵, 혹은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는 데 있어서 공동의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이것은 우리 인류 공동의 기반을 해치는 범죄이다. 우리의 대응은 어깨와 어깨를 나란히 같이 일어서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아일랜드의 매리 매컬리스 대통령은 11일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해야 할 주제는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세계는 악에 대항해 우리가 힘을 합치게 하는 말들을 찾고 있다.

한가지 무엇보다도 피해야 할 위험이 있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가장 위대한 특질인 열린 사회의 특성과 타협하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다. 11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잘 말했다. “이 끔찍한 사람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그런 사태를 전적으로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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