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은 미국인에게 있어서 세상이 바뀐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1941년 12월7일과 마찬가지로 치욕의 날로 기록될 이날, 뉴욕과 워싱턴을 타겟으로한 공격은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진주만 사건은 일본 공군이 태평양 한가운데, 한 섬의 군기지를 타겟으로 했던데 반해 이날 테러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미국 본토의 가장 큰 도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아침 11시 맨해탄은 저 세상 같았다. “천재지변 영화 속을 관통해 사는 것 같다”고 한 뉴요커는 말했다. 세계무역센터가 서있던 자리에는 흰색에서 회색, 검정에 이르는 연기가 거대한 구름을 이루고 있었다. 서성거리고, 숨죽여 울고, 충격으로 인해 한손을 입에 대고 서있던 뉴욕 시민들.
그들은 휴대전화를 귀에 눌러대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있었다.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와 터널이 모두 폐쇄되어서 한동안 맨해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교도소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는 모두가 머릿 속으로 끔찍한 점검을 했다. 어떤 친구, 이웃, 혹은 친척이 무역센터에서 일을 했더라?
1993년 세계무역센터가 처음 공격을 당한 후 98년 나이로비와 다르에스 살람 미대사관 폭탄테러사건, 금년도 아든만 공격사건등 미국은 우리도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게 되었다. 정부청사나 공항의 보안 정도는 연방정부 건물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던 20년전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 삼엄하다. 그러나 아무리 잘 알고 있다 해도 이번 사건과 같은 공포에 대비할 만큼 충분할 수는 없다.
테러리스트들을 보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들리고 그런 요구는 강도나 규모에 있어서 점점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2차 대전 같은 것이 아니다. 테러 종식은 군사적 행동과 국제정치가 뒤섞이는 지저분하고 불확실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악당과의 전쟁이며 영웅들의 공간은 제한돼 있다. 영웅 즉, 군사적 영웅들이다.
그런데 이날 아침 맨해탄에서는 경찰, 소반관, 의사, 간호사등 매일매일의 영웅들이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사체들을 건져내며, 충격에 빠진 도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