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아 처형 중단하라
2001-06-16 (토)
▶ 미국의 시각
▶ (고홍주/ 뉴욕타임스 기고)
정박아를 처형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부시 대통령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가 저지른 죄와 받을 처벌의 실상을 모르는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답변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그가 텍사스 주지사 시절 정박아 처형 중지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법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것조차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의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텍사스에서 이미 정박아는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텍사스 주법은 정신 질환자를 보호하고 있을 뿐 정박아는 여기서 제외돼 있다. 텍사스를 비롯한 많은 주에서 IQ 70 이하의 사람들도 사형에 처해지고 있다. 정박아도 정신이상자는 아닌 만큼 무엇이고 잘못이고 잘못이 아닌 지는 알 수 있기 때문에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런 피고들은 가장 기본적인 법률 상식도 없다. 연방 대법원은 곧 10살짜리 지능밖에 없는 어니스트 맥카버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합헌인가를 놓고 재판을 하게 된다. 맥카버 재판은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다. 연방 대법이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다룬 1989년 정박아 처형을 금지한 주는 2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15개 주와 연방 정부, 워싱턴 DC가 이를 금하고 있다. 지난 화요일에는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정박아 처형을 금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다른 3개 주 의회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키르기즈스탄만이 정박아를 상습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명의 전직 외교관이 맥카버 케이스와 관련, 정박아 처형 때문에 인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위신이 해외에서 손상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때에 부시는 애매한 말로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부시는 범죄 억제 수단으로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박아한테 사형이 무슨 억지력이 있겠는가.
부시는 현행 법규 하에서 정박아가 처형되고 있음을 시인하고 진정으로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법무부를 통해 맥카버 처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연방 대법에 전해야 한다. 부시는 동생 젭의 뒤를 따라 텍사스와 코네티컷, 미주리 주지사들이 이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할 것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사형수중 극소수만이 정박아다. 부시 대통령은 다른 문명국에서 야만적으로 여겨지고 있는 사형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온정을 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