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 막는 것이 최우선
2001-06-14 (목)
▶ 미국의 시각
▶ 테드 카펜터(케이토 연구소 부소장)
21세기 초를 맞는 한반도의 평화정착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 본다. 현재 한미 양국이 염두에 둬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를 막는 일이다.
89년 동독이 무너졌을 때 서독은 동독보다 인구수도 3배, 경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컸음에도 이를 흡수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그 작업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서독보다 경제 규모도 작고 인구비율도 높지 않은 한국이 동독보다 월등히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을 떠맡을 경우 극심한 혼란에 싸일 것이 분명하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에 비해 다소 강경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국무장관 같은 온건파는 공화당 내 보수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부시 자신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별 열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가 빠른 시일 내 대폭 좋아지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 이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게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94년 협정의 근본적인 목적은 시간을 벌자는 것이었다. 북한에 준 식량 및 원유가 군용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는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다. 당시 북한 정권이 지금처럼 장악력을 가지고 체제를 유지해 오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다른 공산정권이 대부분 무너졌는데 북한 체제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철저한 전체주의 체제가 상당한 지탱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속으로 얼마나 김정일에 충성스러운가는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이 까다로운 부시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원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은 분명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체제 유지고 미국도 체제 붕괴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는 것이 목적이므로 양국 회담의 성과를 미리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