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발목잡은 구세력
2001-06-09 (토)
▶ 미국의 시각
▶ 해롤드 마이어슨 <뉴욕타임스 기고>
LA의 미래가 이번주 실현되지는 못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몇 달동안 새로운 미국정치질서의 본고장이 될 것으로 간주돼왔다. 전 가주하원의장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의 시장입후보는 지난20년 동안 성숙돼온 라티노파워의 대두를 예고했다. 뉴욕이 지난 세기의 도시라면 LA는 새세기의 도시다.
그러나 미래의 도래는 연기됐다. 제임스 한시검사장이 구세력의 결집을 통해 비야라이고사를 저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청년층과 라티노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도시에서 한은 백인 및 흑인 노년층 유권자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LA의 운명의 도래를 연기시킨 것이다.
한은 비야라이고사를 패퇴시키기 위해서 민주당 주류의 일원으로 공격적이지 않던 자신의 종전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거 샘 요티에 못지않은 인신공격성 캠페인을 펼쳤다. 한은 비야라이고사를 마리온 배리나 파블로 에스코바같은 부패적 이미지의 정치가들에 비교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나 한의 흑백연합 지지세력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응집력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은 사우스센트럴의 흑인층과 웨스트 밸리지역에 마지막 남은 백인표를 얻는데 성공했지만 이는 일과성 정치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우스센트럴의 흑인들이 그를 지지한 것은 그의 아버지인 고 케네스 한 카운티수퍼바이저에 대한 존경 때문이다. 케네스 한은 지난1952년~1992년까지 40년동안 사우스센트럴을 대변하면서 흑인들을 위한 많은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 비야라이고사의 한 선거참모는 캠페인 기간중 "제임스 한을 이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케네스 한은 도저히 물리칠 수가 없다"고 털어 놓은바 있다.
LA의 진보적 정치성향과 라티노 인구의 증가에 비추어 비야라이고사가 한에 비해 보다 확고한 정치적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웨스트사이드와 밸리지역 백인 중도파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비야라이고사는 또 흑인 인권단체인 ACLU의 지부장을 지내는등 흑인커뮤니티와도 밀접한 유대를 갖고있어 흑인청년 지도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케네스 한의 아들’에 대한 흑인 기성세대의 지지는 너무나 확고했다.
비야라이고사의 이번 낙선은 톰 브래들리가 지난 1969년 샘 요티에 맞서 처음 시장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을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 당시 흑인과 유태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새정치세력으로 대두됐던 브래들리는 백인 진보파 및 중도파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해 낙선했다. 당선자와의 지지율 차이도 6%로 비야라이고사의 7%와 흡사했다.
4년 뒤 재도전에 성공한 브래들리는 그후 20년동안 시장에 재직하면서 LA시에 새질서를 확립했다. LA시의 백인표는 점점 줄고있고 라티노표는 점점 늘고 있다. 비야라이고사도 4년 뒤에는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