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감싸지 못하는가

2001-06-05 (화)
크게 작게

▶ 윤 아브라함<목사>

지난 3월 말 서울을 다녀왔다. 서울 올림픽경기가 열렸던 88년에 다녀온 뒤 13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의 모습은 엄청나게 많이 바뀌어 있었다.

대학동기와 군대동기 친구들이 나를 반겨 마련한 모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여러 곳들이 어려움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동안 나 나름대로 느낀 그 ‘어려움’의 까닭을 크게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오늘의 국민의 정부가 이제까지 흘러 내려오던 여러 곳의 흙탕물의 물줄기들을 너무 한꺼번에 막아 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만한 슬기가 모자라고 힘이 부쳐서 나라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이러한 국민의 정부를 오늘의 야당 정치인, 수구 언론인 및 보수 지식인들이 헐뜯는데 앞장서고 있다. 셋째는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의식은 부정적인 데 사로잡혀 있다.


여기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둘째 번 까닭이다. 그들의 머리 속엔 온통 반DJ 정서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왜 반DJ일까?

첫째, 야당은 어떻게 해서라도 국민의 정부의 잘못을 들추어 내어 그것을 물고 늘어져야만 내년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언론은 사회 전반에 걸친 어두운 일을 드러내어 보도해야만 독자들이 좋아하게 되고 판매 부수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재벌들은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내년까지 이런 저런 핑계를 해서라도 구조조정을 늦춰야만 문어발식 경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나라가 잘 서야만 나도 제대로 설 수 있다.

우리가 미워하는 일본을 보자. 그들은 역사의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나라의 체면을 살리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 일은 국수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정부도, 국민도 몇몇 사람을 빼고 모두 동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상을 김대중 대통령이 받았는데도 국민들은 시큰둥 하고 있다. DJ가 탔다기보다 배달의 겨레 한 사람이 이런 훌륭한 상을 탔다는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도 국민들은 이것을 모르고 있다.

남이 잘못하는 일을 감싸주고 도와 주는 일이 참 사랑이다. 나라 사랑도 마찬가지다. 어둡고 그늘진 일을 들추어 내어 헐뜯는 것보다 이런 일이 없어지도록 도와 주는 일이 참 나라사랑의 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