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너무 거창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란 다름 아닌 일종의 숫자놀음’이라는 정의도 가능한 것 같다. 다수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게 민주주의여서 하는 말이다.
특히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숫자놀음’이라는 사실은 더 실감된다. 올해 LA 시장선거가 특히 그렇다. 히스패닉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와 백인계인 제임스 한의 접전으로 압축돼서다.
LA는 전 미국에서 소수계 민족이 가장 많이 몰린 대도시다. 이런 LA에서도 그러나 소수계가 시장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소수계란 말 그대로 숫자가 적은 민족집단. 그러므로 후보자의 인품, 아젠다 등에는 관계없이 항상 숫자에서 밀려 소수계 시장 탄생을 그만큼 어렵게 해왔다.
흑인계인 톰 브래들리 전 시장의 경우는 예외다. 흑인 표도 흑인 표지만 그보다는 백인, 특히 유대계의 지원으로 시장에 당선됐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올 선거는 확실히 이변에 속한다. 히스패닉인 비야라이고사가 예선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해서다. 이변의 주 원인은 히스패닉 표다. 히스패닉 인구가 크게 는 데다가 예년에 비해 투표 참여율이 높았고 또 비야라이고사에게 표가 몰렸기 때문이다. 수적으로 LA에서 최다가 된 히스패닉이 정치적 파워를 발휘한 셈이다.
그러면 예선을 휩쓴 그 이변의 바람이 결선에도 이어질까.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다는 전망이다. "선거란 미상불 숫자놀음이고 또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보아야 한다"- 이런 선거판 정석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다.
우선 숫자만 해도 그렇다. LA시의 히스패닉 인구는 최다를 기록하고 있지만 유권자 수만 따지면 백인계와 비슷하다. 또 백인계 유권자는 확실히 투표에 참여하는 경향이라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은 높은 편이 못된다.
거기다가 ‘알파’가 있다. 흑인계 표다. 히스패닉의 정치적 파워 급신장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그룹이 흑인계. 그러므로 히스패닉 견제 차원에서 흑인 표는 한 검사장에게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저나 한국계 표는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 역시 뚜껑을 열어 보아야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