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레딧카드 사기 조심

2001-06-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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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 리/LA

며칠 전 저녁시간 또렷한 영어발음의 미국인 여자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크레딧카드를 가지고 있는 MBNA 은행의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당신의 그동안 거래실적이 너무 좋고 베스트 크레딧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우리 은행에서 당신의 크레딧카드 한도를 대폭 올려주고 무이자로 2만달러를 빌려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로서는 당장 돈을 써야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 그랬더니 여자는 "일단 승낙해 두고 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쓰면 되지 않느냐"며 "이자도 안 붙으니 손해날 것이 없다"고 집요하게 나를 설득했다. 귀찮기도 하고 내게 부담도 없는 일이라고 해서 마지못해 여자의 제안을 수락했다.

몇가지 형식적인 질문을 하던 여자가 내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어머니 성을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 직원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항인데 이를 내게 되묻는 것이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신문에서 ‘타인의 신상정보를 빼내서 그 사람 이름으로 크레딧카드를 발급 받은 뒤 현금대출과 상품구입을 하는 크레딧카드 사기가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망설이는 기색을 느낀 여자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다시 나를 설득하려고 들었다.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여인이 더욱 수상해져 전화를 끊어 버리고 다음날 은행측에 전화문의를 했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여차저차한 일로 나의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어머니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하더라"고 했더니 은행측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그런 식으로 빼낸 고객 정보를 이용해 카드를 발급 받는 사기행위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며 알려주지 않기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자칫했으면 크레딧사기에 휘말릴 뻔했던 셈이다. 다른 한인들도 이같은 전화가 오면 조심을 해서 사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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