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를 보며 우리 몫 찾자

2001-06-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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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욱

LA 시장 선거가 다음주 초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라틴계-노동계-진보적 유대계를 묶은 정치연합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LA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세력의 축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이때 어떻게 우리의 몫을 찾을 것인가?

정치학자나 정치사회학자들은 투표행태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로 ‘정치균열’을 꼽는다.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구조나 한국의 지역 구도와 같은 것이 바로 투표행위를 결정하는 정치균열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런데 이번 LA시장선거의 경우 통상적인 정치균열에 의한 투표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우선 제임스 한이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모두 민주당 출신이므로 공화-민주양당으로 나뉘어진 미국정치의 통상적 균열구조와 어긋난다. 또한 두 후보 모두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어 교육이나 치안문제 등 중요 정책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없다. 경력을 봐도 현 LA시 검사장인 한후보나 가주 하원의장을 지낸 비야라이고사 후보 모두 나름대로의 자질을 갖추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러면 이번 선거가 인종간의 대결의 장인가? 한후보가 백인이고 비야라이고사가 라틴계라는 점에서 얼핏 보면 백인대 라틴계의 대결로 볼만도 하다. 그러나 백인인 한후보는 흑인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고, 비야라이고사 후보도 진보적 유대계의 지지는 물론 공화당이며 백인인 리처드 리오단 현시장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큰 설득력이 없다.

이번 선거는 구 정치연합과 신 정치연합간의 대결이다. 제임스 한 후보가 70년대 이후 백인과 흑인간의 연대를 구축해 LA시 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톰 브래들리 전 시장의 구 연합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비야라이고사 후보는 라틴계와 노동계 및 진보적 유대계를 묶은 새로운 정치연합의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신 정치연합은 LA시의 중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연합의 등장은 LA시의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 새로운 연대의 주축이 라틴계라는 사실은 40%에 육박하는 라틴계 인구의 급성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라틴계의 꾸준한 정치참여도 큰 기여를 했다. 지난 예비선거 직후에 행해진 출구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라틴계의 투표율은 93년의 8%에서 21%로 눈에 띄게 높아졌으며 이는 새로운 정치연대를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정치세력의 변화속에서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라틴계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기는 하지만, 많은 한인에게는 한 후보가 비야라이고사 후보 보다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는데 고민이 있을 것이다. 또 누가 당선이 되든 당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커뮤니티에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하며, 이 경우 신 정치연합에 힘을 보태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 정치연합의 탄생은 변화된 LA시의 사회구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새로운 주류의 형성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몫을 찾는 것이 기존질서의 틈바구니를 파고 드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더 더욱 중요한 것은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다. 정치연합이란 끊임없이 바뀌게 마련이고 우리의 몫을 찾는 데에는 정치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코리안 아메리칸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정치연대를 만들어 내야 할 것 아닌가?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심정으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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