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와 할리웃 리포터는 할리웃의 모든 사업과 인물들을 상세히 다루는 쌍벽의 전문 일간지다. 이들이 할리웃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두 신문간의 경쟁도 치열한데 선두주자인 버라이어티(LA 카운티 뮤지엄 옆 마리칼렌다 건너편에 있다)가 발행부수와 권위면에서 할리웃 리포터를 다소 누르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할리웃 리포터(윌셔와 라브레아 부근 밥스 빅보이 건너편에 있다)가 이 신문의 고참 칼럼니스트에 대한 동료기자의 고발성 기사로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 신문의 노동문제 담당기자 데이빗 롭이 지난 2월 고참 선배기자로 지난 26년간 독자들의 큰 인기를 받아온 파티칼럼 ‘멋진 인생’(The Great Life)의 필자 조지 크리스티의 도덕성을 묻는 기사를 쓴 데서 비롯된다.
롭은 크리스티가 영화제작사들과의 친분을 이용,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도 출연한 것처럼 꾸며 영화배우노조(SAG)의 건강과 은퇴연금 수혜자의 자격을 얻어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크리스티가 지난 2년간 자기 친구인 한 제작자가 공짜로 얻어준 샌타모니카의 사무실에서 글을 써왔다면서 크리스티는 그동안 이 제작자의 이름을 자기 칼럼에 무려 11번이나 언급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는 이에 대해 자신의 영화 출연은 사실로 자기가 나온 장면이 대부분 잘려 나갔고 또 어떤 영화에서는 군중 속에 섞여 있었다고 말하고 친구가 제공한 사무실을 쓰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그런데 롭의 이같은 기사는 발행인 로버트 다울링의 지시로 기사화 되지 못했는데 이에 분개한 롭이 지난 4월말 사표를 쓰자 그의 직속 상관들인 아니타 부시 부장과 베스 래스키 영화담당 국장까지 신문사의 윤리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다울링이 롭의 기사를 깔아뭉갠 것은 크리스티의 칼럼이 할리웃에서 누리는 인기와 영향력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다울링은 롭의 기사를 보고 “롭은 이 문제에 있어 객관성을 잃었으며 우리 신문의 언론과 윤리 및 직업행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행인의 이 발언이 부시 부장의 사표 제출의 동기가 됐는데 부시는 “회사의 행위에 환멸을 느끼며 다울링이 유능하고 성실한 롭의 윤리와 입장을 헐뜯는 것은 도덕적으로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롭은 회사를 그만둔 후 인사이드.컴을 통해 보도하면서 “암이 발생했을 때는 빨리 손을 안 쓰면 암세포가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전문가들도 “진지한 신문으로서 존재하려면 진지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할리웃 리포터 측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대학원의 탐 골드스타인 교수는 “신문사 내에서 윤리가 해이해졌을 때는 그것을 밝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특혜 행위를 거래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따라서 신문사와 신뢰성을 저해케 된다.”
그런데 항상 나비넥타이에 페도라를 쓰고 다니는 크리스티는 과거에도 두번씩이나 윤리문제가 말썽이 된 적이 있다.
1993년에도 지금과 같은 문제로 SAG로부터 소송을 당해 법정 밖 해결을 봤고 1998년에도 SAG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SAG은 이번 문제에 관해서도 크리스티와 크리스티에게 특혜를 준 제작사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부시에 따르면 크리스티는 지난 26년간 할리웃 파티칼럼니스트로서 펜을 종횡무진으로 휘두르며 기자로서 비윤리적이요 비상식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스티는 제작사로부터 많은 고가의 선물을 받았으며 또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대접이 소홀한 영화사의 홍보담당자들을 사정없이 모욕하는가 하면 시사회에 갈 때면 스튜디오에 리무진을 대기시키라고 요구하고 또 자기 칼럼에 사진이 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선정한 사진사를 고용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편 크리스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다울링은 뒤늦게 자체 조사가 진행되는 무기한으로 크리스티의 칼럼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자는 ‘무관의 제왕’이라고 한다. 또 나폴레옹의 말처럼 때로 펜이 무기보다 무서울 때가 있다. 무기를 든 제왕인 기자가 철저한 공정성과 자제력을 잃게 되면 글은 폭력으로 변하기 쉽다. 아마도 조지 크리스티는 자신을 ‘페도라의 제왕’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