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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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과 보통감독

2001-05-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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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태 <스포츠 레저부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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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프로 스포츠 감독이면 그 누구건 전술에는 큰 차이가 없다. 대개가 선수출신으로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전술이 없을 것이고, 또 최소한 이론상으로는 그 스포츠에 대해 더 이상 배울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명감독과 보통감독의 차이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한 단계 위에서 본다는 느낌을 주며 올해 커리어 8번째 NBA 타이틀을 노리는 ‘도사’ 명성의 LA 레이커스 감독 필 잭슨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물론 그 비결이 쉽게 알수 있는 것이라면 잭슨감독이 특별할게 없다. 또 누구나 다 따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특징을 몇가지 꼽아 볼수는 있다. 잭슨감독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는 ‘마이크로(Micro) 매니저’가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매크로(Macro) 매니저’며, 참모들을 믿고 선수들과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줄인다. 또 언론이나 행동을 통해 선수들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기가 막히다.
시즌내내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레이커스는 불과 한달 전만해도 타이틀 방어는 어림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잭슨감독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정규시즌에는 거의 하품만 할 정도로 의욕을 느끼지 못하며 플레이오프 시기에 맞춰 팀을 절정의 컨디션에 올려놓을 것을 믿고 있었다. 손목시계도 차기 싫다는 사람이 갑자기 그 큰 챔피언십 링을 손가락에 끼고 다니며 선수들에게 보여줄 때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잭슨감독은 또 참모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선수들과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줄인다. 선수들과 너무 친해도 문제고 엄해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주로 짐 클리먼스와 텍스 윈터 등 어시스턴트 코치들을 통해 뜻을 전달한다. 또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저자가 윈터이고, 연습은 거의 클리먼스가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잭슨감독은 참모들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 일일이 손을 대지 않고 그들이 최대한으로 실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선수들과의 마찰도 거의 없다.
잭슨감독은 올해 취재기자들에게 아리송한 발언을 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사’가 던지는 말에는 항상 뼈가 있고, 그의 계산된 발언은 항상 결과를 몰고 왔다. 또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서부결승 시리즈 2차전에서는 고의적으로 퇴장을 당하며 선수들을 번쩍 정신들게 만들어 승리를 뽑아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올해 8번째 NBA 타이틀에 도전하는 잭슨감독의 신화는 시카고 불스에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의 신임을 사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히 조단이 믿고 따르던 명장과 문제가 생기면 오닐이든 브라이언트든 그 선수 자신만 우습게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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