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직 진출과 커뮤니티의 의식 변화

2001-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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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인 커뮤니티는 짧은 이민 역사에 비해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개인의 악착스런 근면성과 높은 교육열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각 가정을 두고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가정들이 꽤 된다. 그런데 커뮤니티로 보면 아직 그렇게 말하기가 이르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목소리 역할을 해줄 공직자 수가 태부족이다. 다민족 사회에서 목소리 없는 커뮤니티가 정당한 몫을 찾기는 힘들다.

최근 UCLA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소가 발간한 2001-2002년 전국 아시아태평양계 정치연감에 따르면 한인들의 공직진출은 인구구성 비율에도 못 미친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 임명직 고위공직자 중 아시안은 59명인데 이중 한인은 현재 2명이고, 전신애 노동부 여성실장, 존 유 법무부 법률담당 부차관보, 강영우 백악관 장애인 국정위원장등 내정자들이 부시 행정부에 합세하면 겨우 5명이 된다. 일본계나 중국계에 비하면 많이 초라하다.

한인 공직자수가 적은 우선적 이유는 우리의 짧은 이민역사다. 공직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한인들이 두꺼운 층을 형성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숫자가 충분치 않다. 그렇기는 하지만 공직이 우리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닷컴기업이다, 벤처다 하며 20대에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 젊은이들의 꿈이 되고 있는 물질적 거품사회에서 공직이 인기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나 출세보다 사회에 대한 봉사를 더 큰 기쁨으로 느낄 때 공직진출이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1세 부모들이나 커뮤니티는 2세들에게 적합한 정신적 토양을 형성해주는 데 약했다. 한인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하며 가치를 둔 것은 의사, 변호사등 전문직업 기술 습득이지 대인관계 기술이나 리더십 계발이 아니었다. 아울러 한국을 향한 깊은 뿌리의식도 공직에 대한 2세들의 낮은 관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한인 1세들은 미국의 좋은 점들을 감사히 이용은 하지만 미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나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식은 약하다.

한인들이 미국에서 힘있는 민족이 되려면 적극적 공직 진출은 필수다. 2세들이 연방·지방정부 각 분야에 포진해 한인들의 목소리가 제반 정책결정에 반영되는 날을 기대한다면 커뮤니티가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한마디로 미국에 대한 주인의식이다. 미국은 우리가 돈만 벌고 떠날 나라가 아니다. 자손대대로 살 나라다. 젊은이들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고 이들의 활동을 뒤에서 후원하는 작업이 커뮤니티 내에서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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