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님은 왕’이라지만

2001-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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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있으면 독자들로부터 하소연 전화나 글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중 많은 케이스는 한인업소에서 불쾌한 일을 당했다는 내용들이다. “구입한 물건에 이상이 발견돼 바꾸러 갔는데 종업원이 죄인 취급을 하더라”“어차피 환불해 줄걸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하느냐, 도무지 서비스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같은 고객들의 불평내용을 신문에 싣고 나면 해당 업소 주인이 흥분을 해서 전화를 해오는 경우 또한 종종 있다. “업소측만 잘못했다고 할 것이 아니다. 손님들 중에도 참 별난 사람 많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예를 들면 LA 코리아타운에서 소매업을 하는 한 여주인이 ‘손님 무시하는 업주’가 된 경우. 어느 날 평소 자주 들르던 여자 손님이 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았는데 손이 거칠었다.


“손이 아주 거칠어졌네요. 뭐하다 오셨어요?”

“이민생활 참 고달프지요?”하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 손님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나를 뭘로 보기에 손이 거칠다는 말을 함부로 하느냐. 나를 무시하는 거냐”며 격분하는 데 순식간에 자신은 못된 업주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소매업이나 서비스업 종사자 치고 “막무가내 손님 때문에 열 받는 경험 안해 본 사람 없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명함을 찍으면서 비용을 깎고 또 깎는 거예요. 할 수 없다 싶어서 돈을 깎아주고 인쇄를 마쳤는데 이번에는 또 엉뚱한 트집을 잡는 겁니다. 다 합의를 해서 만든 건데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나요?”

“해묵은 얼룩이 있는 옷을 맡기고는 우리가 세탁하다 잘못했다며 옷값을 요구하는 겁니다. 속에서는 불이 나지만 변상해 줄 수밖에 없어요”

‘손님은 왕이다’ 하고 참지만 그러자니 속이 시커멓게 탄다고 업주들은 말한다.

억지 손님, 얄미운 손님, 황당한 손님을 어떻게 상대하는가 보면 비즈니스 연륜을 알 수 있다. 비즈니스 처음 하는 사람들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래 비즈니스한 사람들은 “저 사람의 인품이 원래 저런가 보구나”하고 넘어간다. 또한 ‘억지가 심하다’ 싶어도 손님이 원할 때는 군말 없이 반품이나 환불을 해주는 것이 비즈니스 잘하는 사람들. 한 마켓업주의 장사 원칙이다.

“우유를 반품하겠다고 들고 와도 받아줍니다. 우유 한 통 버려봤자 몇 달러 안되지만 손님 잃으면 손해가 큽니다. 그 손님이 한 주에 한 통씩만 우유를 사도 1년이면 그게 얼마입니까?”

당장은 손해보고 두고두고 되받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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