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의 힘을 무시 말라

2001-05-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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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조셉 로콘트 (월스트릿저널 기고)

신앙에 바탕을 둔 자선단체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이 보수파들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내셔널 리뷰는 이 안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혹평했고 남 침례 교 총회의 리처드 랜드는 “그런 돈은 만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교회와 정부가 같이 일을 할 때는 항상 문제가 따르지만 이번처럼 말이 많았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백악관은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종교적 자선단체의 자유 확대 등을 통해 자선단체를 도와주려 하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96년 제정된 자선선택법의 세 번째 조항이다. 이 조항은 종교적 자선단체도 비종교적 자선단체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빈민 구호 자금을 타내기 위해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리버럴들이 보수주의자보다 뭐가 문제의 핵심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부시는 지금까지 정부나 개인 헌금자들이 기피해 온 도심의 교회를 가난 퇴치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빈곤이나 범죄의 늪에 빠져 들어갈 우려가 있는 아동들에게는 이것이 그들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 봐야 연 900억 달러에 달하는 종교 단체 기부금에 비하면 연방정부 자금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이 사회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회봉사단체에 뿌리깊이 박힌 이 편견은 정치적 압력 없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공공 정의 센터가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정부는 자선 선택법을 무시하고 종교 자선단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책임감을 심어주는 일은 등한시하면서 정신적 문제는 도외시하는 프로그램에만 돈을 퍼부어 왔다. 그 결과 수혜자들이 일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홈리스 셸터와 도덕교육은 하지 않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만 신경을 쓰는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등이 양산되고 말았다. 정부 돈으로 종교 자선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분명히 전달할 것이다.

백악관의 정책 선회로 벌써 정부와 교회가 힘을 합쳐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미시건, 뉴멕시코, 네브라스카의 교도소들은 선교단체들을 불러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선교활동을 펴고 있다.

물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수파들은 이것이 또 하나의 ‘위대한 사회’ 같은 실패한 복지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성소에 안주하지 말고 사회에 나와 가난 이웃을 도우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종교적 자선단체가 이런 길을 밝히게 된다면 빈민구호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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