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즘 젊은이들의 윤리관

2001-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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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기고>

졸업식 시즌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대학졸업 후의 삶에 관해서 많은 충고를 듣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그런 충고가 필요한가 의아스럽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너무나 열심이고, 목표가 뚜렷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지난해 내가 전에 다니던 대학 3학년 학생에게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졸업을 하면 무얼 할 생각이냐고 내가 물었다. 그의 대답: “테크놀로지 쪽에 초점을 맞춘 투자 뱅킹 분야 쪽으로 갈지, 벤처 캐피털에 관련된 경영 컨설팅 쪽으로 갈지 결정을 하는 중이에요”그는 20세가 겨우 된 학생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성취에 관한 것이다. 기업간부 기질이 10대들에게 퍼져 있다. 지난달 애틀랜틱 잡지에 실린 에세이에서 데이빗 브룩스는 오늘날의 대학생 세대를 명석하고 열성적인 일중독자들로 묘사했다. 그 아이들의 공부 스케줄과 과외 활동을 누군가에게 억지로 시킨다면 노예 부리기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니 정치적 활동 같은 데 쓸 시간은 별로 없다. 브룩스는 지난해 선거가 한창일 때 프린스턴을 방문했는 데 부시 포스터도 고어 포스터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의 청소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그들의 탓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평화와 번영의 시대, 이념적 구분이 불분명한 시대의 국가의 분위기를 반영할 뿐이다. 브룩스가 염려하는 것은 이들 성취 수퍼맨들이 윤리성을 개발하는 데는 거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어른들은 담배 피우지 말라, 지혜롭게 공부하라, 안전하게 놀라 등 온갖 방법으로 젊은이들의 삶을 인도하고 규제하면서도 윤리적 가르침은 없다고 브룩스는 지적한다. 1913년 존 히븐 프린스턴 총장이 했던 졸업 연설은 이런 것이었다:“조직화한 악의 힘, 상업주의적 악, 인간에게서 하느님의 이미지를 파괴시키려 드는 수많은 세력들에 대항해 영예의 이름으로, 기사도의 이름으로 그대들은 싸울 것을 (세상은) 명한다”그렇다면 투자 뱅킹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몇 세대 전에는 사람들이 덕 있는 삶에 관해서 보다 사려 깊게 말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 말을 회복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사회는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 그래서 도덕적 권위에서 벗어나 소위 ‘도덕적 자유’로 전환되었다. 권위에 항거하고 개인을 강조하며 다소 낙관적인 세계관을 갖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도덕적이지 않고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1960년대 급진적 학생들은 가치와 윤리에 집착했지만 그런 독선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벤자민 프랭클린 식의 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며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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