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뻔뻔한 가주 정치인들

2001-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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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월스트릿 저널 사설)

96년 가주 의회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기의 소매가는 동결시킨 채 도매가를 자유화한 것이다. 이미 주정부가 60억 달러를 지불했음에도 가주민들은 44일간의 정전 사태를 겪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잘못된 자율화 정책에 있다.

가주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주의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자신들의 임기를 연장할 궁리만 한고 있다. 98년 조사에 따르면 가주민의 65%가 임기 제한법을 지지하고 있다. 작년 6월에도 가주 의회는 이 법을 약화시키려 했었다. 의원 한 명이 유권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투표를 거부해 무산됐을 뿐이다. 당시 주상원의원이던 돈 페라타는 “너무 속이 보여 주의회는 임기 제한법을 개정할 수 없다”고 실토했었다. 그 대신 주의원들은 지역구 유권자 20%의 서명이 있을 때는 지금보다 4년 더 재임할 수 있는 주민발의안을 몰래 후원하고 있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공화당보다는 이익집단의 집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이 덕을 볼 것이 분명하다.

이 안 지지자들은 전력난 해소를 위해 경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전력 위기를 초래한 것이 바로 경험 있는 정치인들이었다. 임기 제한법이 통과된 것은 90년이고 그 적용을 처음 받은 것은 97년 물러난 공직자들이다. 돌이켜 보면 엉터리 전기법을 만든 공직자들은 이 법에 걸려 모두 쫓겨난 셈이다. 작년 11월에도 가주 선거직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연금을 늘리는 주민발의안을 상정했다 보기 좋게 부결됐다.


정치인들이 장기집권을 꿈꾸는 곳은 가주만이 아니다. 오리건과 워싱턴 DC, 미주리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임기 연장 책동의 백미는 뉴올리언스다. 마크 모리알 시장은 “할 일이 아직 남았다”며 자신을 뽑기 위한 특별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유권자들은 임기 제한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주 의원들이 주민 발의안이라는 얄팍한 수법으로 이를 피해가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나저나 올 여름 정전사태가 심각해 질 경우 어떤 공직자도 내년 선거에서 임기 연장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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