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하는 게 사람마음

2001-05-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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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한인사회에서 ‘가정부’가 크게 뉴스가 된 것은 지난해 5월. 한인사회에서 알만한 집안사람이 인도네시아 가정부를 혹사해 가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였다. 그때 한인들 반응은 가정부 동정 일색이었다.

“그만한 재력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인색할까.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니까”

그런데 이번 연변출신 가정부가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가정부를 동정하는 의견이 많지만 부총영사 처지를 안돼 하는 반응도 없지 않다.


가정부 박태숙씨가 신봉길 부총영사 집에 고용된 것은 5년전. 신씨가 주중대사관에 근무할 때부터였다. 이어 99년초 샌프란시스코로 발령이 나자 박씨도 함께 미국으로 왔다는데, 이 과정에서부터 양측의 말은 다르다. 부총영사측이 제안해 같이 왔다는 것이 박씨 주장이라면 신씨 주장은 박씨가 미국에 오고 싶어해서 공관원 비자까지 받아줬다는 것.

소송의 직접적 원인인 봉급문제에서도 양쪽 말은 다르다. 박씨는 월 300-500달러를 받았다고 하고, 신씨측은 월 700달러에 의료보험을 제공했다고 한다. 박씨는 자신이 다른 가정부에 비해 훨씬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선족이라서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모멸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체불임금 5만여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일까. 현재로서는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다. 물론 노동법에 어긋나게 적은 임금을 준데 대해서 고용주는 변명의 여지 없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간의 엄청난 임금 격차, 미국을 꿈의 나라로 동경하는 조선족의 일반적 정서를 감안한다면 피해자, 가해자를 칼로 자르듯 갈라내기 석연찮은 면이 없지 않다. 사정이 비슷한 중남미계 가정부들에게서도 비슷한 일들이 이따금 일어난다. LA 한 가정부소개업자의 경험담.

“라틴계 가정부들의 주급은 보통 200달러입니다. 그런데 가끔 150달러라도 좋으니 일만 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선 일자리가 급한데다 그 정도만 돼도 자기나라 수준으로는 큰돈이니까요. 그런데 얼마지나 같은 일하는 주위 친구들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마음이 바뀌어요. 소송까지는 안가도 주인에게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일들이 생깁니다”

많은 문제들이 따지고 보면 마음이 변해서 생기는 것이다. 미국에 편부모 가정이 유례없이 많아진 현상도 결국은 마음이 변해서 생긴 일. 한인사회에서는 구두로 계약하고, 구두 약속으로 동업하다가 한쪽의 변심으로 낭패를 보는 일들이 이민 초기에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번 가정부 소송사건도 일의 내용, 시간, 봉급등을 양측 합의하에 문서로 작성해두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 가정부를 고용하는 많은 가정들이 참고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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