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군 시대

2001-05-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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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꽃핀 곳은 그리스 아테네로 돼 있다. 침공해온 페르시아 군을 격파, 그리스의 맹주로 떠오른 아테네는 서양이 동양의 위에서 군림하는 발판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철학, 문학, 역사, 예술등 여러 부문에서 서양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아테네의 영광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480 BC의 살라미스 해전이다. 이순신의 한산대첩에 못지 않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아테네는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다. 아테네가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정예 해군의 전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리스 이후 유럽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달한 영국도 해군이 강했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파도를 지배한다’(Britannia rules the waves)란 말도 있듯이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궤멸시킨 이후 400년 가까이 영국은 세계의 바다를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유럽 대륙을 정복한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영국만은 침공하지 못했다. 도버해협을 지키고 있는 대영제국 해군 때문이었다. 현재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면서도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도 전통적으로 해군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아테네의 숙적이었던 스파르타나 영국의 경쟁자 독일, 미국과 맞서 싸우던 소련등은 모두 육군을 주력으로 하는 나라였다. 그러고 보면 해군을 위주로 하는 해양국가는 민주주의 성향이, 육군을 위주로 하는 대륙국가는 독재성향이 강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아닐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영국 미국을 막론하고 민주주의 주창자들은 상비군의 철폐를 외쳐왔다. 전쟁도 없는 데 군대가 있으면 국왕이 이를 악용해 독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라 주위가 바다로 둘러 싸여 있으면 궁전 주위에 군대가 없어도 해군만 튼튼하면 국방의 염려를 덜 수 있다. 대륙국가는 이것이 잘 안된다.

미 국방부는 공군 4성 장군을 총책임자로 하는 우주군 사령부를 창설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공군 산하지만 장차는 독립시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 이은 독자적인 군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주 군사기지가 생기고 ‘스타 워스’에서 나온 것처럼 우주선을 타고 전쟁을 하는 날이 다가오는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중국등은 미사일 방어체제도 못마땅한데 우주군 창설이 웬 말이냐고 펄펄 뛰고 있다. 미국의 가상적국들이 우주군 창설에 떠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에 미사일 발사기지가 생겨 적국 인공위성을 마음대로 격추시킬 경우 통신망의 마비등 엄청난 전략적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살펴 볼 때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영역에 인간의 발길이 닿게 되면 그것이 전쟁터화하지 않은 예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 국방부 측의 판단이다. 바다가 그랬고 하늘이 그랬는데 우주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퍼파워로서의 위치는 이래저래 더욱 단단해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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