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생검열관과 마켓

2001-05-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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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원<부에나팍>

2년 전부터 마켓과 식당 정문에는 보건소에서 나와 위생 청결상태를 A, B, C 등급을 매겨 누구든지 볼 수 있게 붙여 놓았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것 때문에 깨끗하게 청소 안 할 수 없게 되어 매우 피곤하다. A를 받아야 좋다는 중압감에 6개월 이상 일찍 나와 쓸고 닦아서 바닥이 헐어버렸다. 물을 너무 사용해서 타일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수고한 보람이 있어 드디어 A를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는다 하여 더운물이 나올 때까지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히터를 고쳐 더운물이 나와야만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야기할 게 또 있다. 오래 전의 일이다. 이민 오자마자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피자가게를 했었는데 그때 마침 처음 보건소 검열관을 만났다. 이것저것 지시해 놓고 2주 후에 온다고 했는데 마침 그 날이 돼서 보건소 직원이 오는 것을 미리 발견하고 전등을 끄고 ‘Closed’ 간판을 내걸었다. 창문은 너무 급해 닫지 못하고 가게 안에 숨어 있었다. 10여분 이상 서성거리더니 갔는데 그 다음날 한 명 더 모시고 문열자마자 내 뒤에 따라 붙었다. 그리고는 알아볼 수도 없게 깨알 만하게 잔득 써 여러 장을 주면서 이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영업정지 시킨다는 최후통첩을 받은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던 나는 마음대로 하라고 대들었다. 이러한 나의 무지몽매한 태도에 기가 막혔던지 아니면 미국생활을 너무 몰라 봐 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후에 다른 사람이 다시 왔다. 그리고는 한달 후 가게를 팔지도 못하고 몸만 빠져 나와 지금 사우스 센트럴에서 마켓하면서 또다시 보건소 검열관을 만난 것이다. 보건소 검열관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몸으로 때우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는데 이것저것 고치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돈이 들게 돼 있다. 예를 들면 가정용 히터를 사용말고 영업용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사실 그게 큰 문제가 되겠는지? 가정집은 2,500평방피트이고 마켓은 500평방피트다. 그래도 영업용 히터로 바꾸라고 한다. 옛날 허준(동의보감의 저자) 선생은 부자에겐 인삼을 먹게 했고 가난한 환자에겐 나무뿌리, 열매를 삶아 먹으라고 했다. 먹기에 불편할 뿐 약효는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허준 선생님의 연속극이 나의 몸과 마음을 뜨겁고 뜨겁게 달구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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