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思母曲

2001-05-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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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호 (로마린다 거주)

어머니.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면 언제나 어디선가 버들피리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언젠가 초등학교 시절, 하루 종일 친구들과 뛰어 놀다가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집안으로 들어온 제 귀에 어디서인가 구성진 가락의 곡조가 흐르고 있었고, 제가 아련한 그 소리에 이끌려 간 곳은 어머니가 계신 부엌이었지요.

저녁을 지으시다 말고, 갓 물이 오르기 시작한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버들피리로 고단한 하루의 피곤을, 아니 어쩌면 고단한 어머니의 삶을 그렇게 풀어내고 계셨던 모습이 어린 저에겐 너무도 강렬했었던 듯 싶습니다. 그 후로 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리고 물오른 버드나무를 보면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렇게 부뚜막에 앉아서 두 손을 맞잡고 버들피리 부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머니, 올해도 변함 없이 어머니날이라고 백화점이며 꽃집에서 여러 가지 특별 선물을 준비하고 왁자지껄 들떠 있습니다. 그 부산한 가게 앞을 지나면서도 그 선물중 어느 것도 드릴 수 있는 어머니가 이제 내게는 계시지 않다는 허전함으로 눈물이 고입니다.

어머니. 살아 계신 동안 몸으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자식 위해 내어 주셨던 어머니.

저는 철없는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이제는 큰 아이가 결혼날짜를 잡고 함께 웨딩드레스를 보러 다닐 만큼 나이를 먹은 지금까지도 어설픈 엄마 노릇으로 스스로 당황할 때가 자주 있으니 어머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서 저희에게 해 주셨던 크고 작은 기억들을 찾아내어 제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주려 애를 써봅니다. 저도 어머니께서 하셨듯이 언젠가 제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 줄 수 없는 날이 올 때, 따뜻한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아이들에게 삶에 힘이 되고 싶습니다.

산다는 일이 고단하고, 때로 가야할 길이 전후좌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주저앉고 싶을 때, 어머니를 생각하며 제가 다시 일어나 앞을 향해 가듯이, 아이들도 엄마인 제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을 저를 통해 기억함으로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이름 속에서 항상 그리움과 더불어 격려의 응원이 유난히 크게 들리는 오월 어머니날. 가슴에 꽃을 달아 드릴 순 없어도, 좋아하시던 망고를 사 드릴 순 없어도, 어머니께서 제 가슴에 남겨주신 추억의 문을 열고 저에게 바라셨던 하나님 안에 성실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을 통해 소생하는 힘이 될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하여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 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편히 쉬시다가 우리 다시 만나는 그 날 그 때, 아련하듯 청아하듯 뒷산으로 난 부엌문 곁에서 부시던 그 버들피리 가락을 한번 더 들려주시겠어요? 또 다시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사랑하시던 딸 연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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