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녀와 여사제

2001-05-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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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직업 중 가장 오래된 직업의 하나가 창녀다. 창녀 이야기는 B.C. 1,000년도 훨씬 전으로 추정되는 시대에도 이미 등장하기 때문이다. 구약 여호수아기에 나오는 창녀 라합 이야기가 그렇다.

팔레스타인 지방은 물론이고 그리스 등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창녀들은 신전의 여사제인 경우가 많았다. 신전의 여사제가 창녀를 겸하는 전통은 오늘날에도 지구촌 오지의 일부 지역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네팔의 한 종교집단은 어린 여자아이를 선정해 여신으로 모신다고 한다. 이 여자아이가 나이가 들어 여성이 되면 여신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여신으로 추앙을 받던 이 여자는 어김없이 창녀가 된다는 것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이 ‘여사제=창녀’의 전통은 일종의 물신(物神)숭배주의를 그 배경으로 깔고 있다. 돈을 주고 사고 파는 성행위는 풍요를 비는 행위로 여사제들은 이같은 예식을 수종하는 역할을 맡았었다는 것이다.

한인타운 일부지역에서 거리 매춘이 최근 들어 급격히 횡행,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이미 60여명의 창녀들을 검거되고 또 경찰은 함정수사까지 벌여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지려던 사람들도 체포했다는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타운 일부지역에 나타난 이들 거리의 창녀들은 할리웃 지역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이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 와 한인타운의 올림픽과 후버를 중심으로 사방 몇 블럭을 거점으로 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대로라면 타운에 창녀가 나타난 것은 단지 단속을 피하다가 생긴 남진현상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본래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법칙이 적용돼 타운 일각이 사창굴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한인타운의 향락업소는 ‘건전 수요’ 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한인타운의 단위 면적당 리커 판매 라이선스 발급 건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6배 이상이나 된다. 그 뿐이 아니다. 데이트 서비스니 뭐니 온갖 이상한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 곳이 바로 한인타운이다.

본래 초록(草綠)은 같은 색이다. 유사 업종은 한 곳으로 몰려드는 법이다. 타운에 향락업소가 넘쳐나고 음성적 매매춘이 만연하다보니 물신숭배 여사제의 후예인 이민족 창녀들까지 몰려들게 된 게 아닐까. 어쩐지 예사 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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