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자 김여인 적극 도와야

2001-05-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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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멕시코 국경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돼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탈북 한인 여성 김순희씨가 풀려난 것은 같은 동포의 입장에서 우리 미주 한인사회도 환영할 일이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김씨는 북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굶주림을 참을 수 없어 두 살된 아들을 들쳐업고 강을 건너 연변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6년 동안의 중국생활에서 생선장사와 뜨개질 등으로 고생하다가 아들을 맡기고 돈을 빌려서 홍콩, 필리핀, 멕시코를 거쳐 꿈에 그리던 미국까지 밀입국하기에 이르렀다.

오타이메사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는 사정을 전해들은 샌디에고 한인사회 유지 한청일씨 등의 도움으로 한달여만에 석방됐고 망명신청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험난한 고비가 적잖이 있겠지만 김 여인이 아무쪼록 망명허가를 받아 자유의 땅 미국에 무사히 정착하고 또 중국 땅에 남겨놓고 온 아들과도 재회하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미주 한인사회의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김씨가 북한 태생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김씨의 탈북자 신분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 본인이 북한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김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만에 하나, 김씨가 탈북자가 아니라 연변 조선족 출신이라고 해도 그녀를 도와서는 안될 이유는 우리에게 없다. 북한에서 태어났으면 같은 핏줄이고 연변에서 태어났다면 다른 핏줄이라는 말인가. 그런 논리라면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의 2세, 3세들이 다른 곳에 가서 한국이나 북한 태생 한인들과 차별대우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민족은 하나다. 연변의 조선족이든 러시아의 고려인이든 또 미주의 재미한인이든 모두가 단군의 얼을 이어받은 배달민족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동포를 보면 팔을 걷고 나서서 도움을 주는 것이 옳으며 어디 출신이냐를 따지고 들 일이 아니다.

앞으로 제2, 제3의 김순희 여인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에 대비해 재미 한인사회에도 탈북자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을 맡을 상설기구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적잖은 연변 조선족 한인들이 미국에 들어와 영주권도 없이 고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미주 한인사회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번 김순희씨 일을 계기로 그들과도 십시일반 함께 나누는 동포애를 보여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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