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었을 때 한번 실수 만회할 기회 줘야”

2001-05-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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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소 한인 돕기 이수민 목사

최근 3진법등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한인 청소년들 가운데도 장기형을 받고 복역중인 케이스가 하나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미국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하지말고 한국으로 돌려보내자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한인들을 돕고 있는 이수민 목사(미주 자국민보호위원회 위원장)를 만나 이들의 참상과 이들의 한국 송환운동을 벌이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지난 5년 동안 많은 한인 재소자들을 돌봐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해가 됐습니까.
▲96년도 남가주 기독교 교회협의회 회장을 할 때 어떤 여자 분의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많은 한인 청소년들이 가주 교도소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데 돌봐 줄 용의는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 분 전화가 너무 애절해 당시 박태희 총영사와 랭카스터에 있는 교도소를 찾아가 보게 됐습니다. 막상 실상을 보고 나니 너무 애처로와 지금까지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 교도소는 한인들에게는 끔찍한 곳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직접 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일반 사회에서는 흑인등 소수계가 박대를 받지만 감옥에서는 정반대입니다. 흑인과 라티노가 각각 재소자 40%를 차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각각 10% 정도인 백인과 아시안은 이들 눈치보기에 급급합니다. 폭행이나 돈 뺏기는 일은 예사고 강간당하는 일까지 일어납니다. 이들의 몸종 노릇을 하거나 협박에 못 이겨 마약 심부름을 하다 억울하게 형량이 가중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배심원중에 한인이 거의 없는 것도 한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 과중한 형량을 받기도 합니다.


-지금 보살피는 재소자는 얼마나 되며 가주 전체 한인 수감자는 몇 명쯤 됩니까.
▲보살핀대야 전화와 편지로 위로를 해주거나 찾아가 같이 기도를 하는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고마워 합니다. 현재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숫자는 78명 정도입니다. 가주 전체로는 33개 교도소에서 한 200명 정도의 한인이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주 자국민보호위원회를 결성, 이들을 한국에 나가 살게 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착상을 하게 됐습니까.
▲이들을 찾아가면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왔다’며 나를 껴안고 하는 말이 ‘죽어도 좋으니 한국에 나가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선처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나와 알아보니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럽은 30개국이 미국과 수감자 이송협정을 맺어 놓고 미국 감옥에 갇힌 자국민을 돌려 받는 것이 정례화 됐지만 아시아에서는 태국만이 이런 협정을 체결해 놓고 있었습니다.
한미 민주당과 공화당 협회, 한인회등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 정부에 청원서를 보냈으며 그 결과 99년에는 박상천 당시 법무장관을 두 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후 3년간 결론이 나지 않다가 지난 3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김중권 민주당 대표, 이한동 총리등을 면담, 인도적 관점에서 이들을 받아 줄 것을 요청해 모두 승낙을 받았습니다. 오늘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에는 혜택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가주 정부 쪽 태도는 어떻습니까.
▲데리고 가려면 얼마든지 데리고 가라는 입장입니다. 가주 쪽에서는 납세자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손해날 것이 없습니다.


-미국 생활에 익숙한 이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가 봐야 한국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나와도 재활이 힘들 것이란 회의론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법과 교도소 실정을 잘 몰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죄를 지어도 마약이나 성폭행, 강도나 살인등 강력범죄에 관해서는 미국 법이 훨씬 더 엄격합니다. 한국에서는 몇 달이나 몇 년 살면 될 것이 여기서는 수십년에서 종신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죄를 졌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젊었을 때의 한 때 실수로 평생을 미국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성범죄는 강간 행위이외에도 폭행, 협박, 감금, 주거침입등 여러 가지 혐의가 추가돼 어마어마한 형량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한인 청년이 성폭행 혐의로 200년이 넘는 형을 언도 받았는데 한국에서 그 정도 죄는 몇 년 정도만 살면 풀려납니다.


-이들이 한국으로 송환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한국법에 의한 재판을 받아 형량이 다시 책정됩니다. 미국에서 산 형기를 뺀 잔여형기만 복역하면 됩니다. 대신 일단 한국으로 가면 시민권을 포기해야 하며 미국에는 다시 올 수 없습니다.


-한국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완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잔여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 앞으로 미국에 계속 살고 싶은 사람은 신청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한국으로 간 재소자들이 나와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미주 한인들의 이미지를 흐려 놓을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지금 출옥자 직업 훈련원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중입니다. 경기도에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위한 재활원을 세우려고 합니다. 젊어서 저지른 한 때 실수를 속죄하고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을 돕는 것은 미주 한인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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